책이름 : 다시, 책은 도끼다
지은이 : 박웅현
펴낸곳 : 북하우스
『책은 도끼다』의 2탄 『다시, 책은 도끼다』가 5년 만에 나왔다. 1탄은 3주에 한 번 이루어진 7개 강의로 구성되었다. 2탄은 2주에 한 번 진행된 8개 강의를 묶었다. 첫 번째 책이 광고 카피라이터가 책을 읽은 이유가 ‘풍요로운 삶’이라면, 두 번째 책은 어떻게 책을 읽느냐 독법讀法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저자는 책을 읽어나가며 좋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만날 때마다 밑줄을 긋는다. 그리고 반나절이나 한나절 정도 따로 시간을 내 줄친 부분을 타이핑했다.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구절들을 찾아 읽었다. 메모한 문장들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그가 20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노트가 수십 권이다.
1강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는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 소중한 지식은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내가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 책에 쓰여 있는 것은 객관적인 앎,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 지식과 지혜의 차이. 어떤 책을 읽으면 새로운 시선의 변화가 오고 그 변화로 풍요로워진 나.
2강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는 곽재구의 『곽재구의 포구기행』, 『길귀신의 노래』. 김사인의 『시를 어루만지다』. 법인의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나이듦은 늘 거기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는 것.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서 여행하려고 노력, 많이 보려고 하지말고 자세히 보려고 하는 것이 중요. 세상의 작은 것, 사소한 것들에 따뜻한 눈길을 던질 줄 아는 시인.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을 건져내는 시간이 사유.
3강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는 레프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볼테르의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인생의 9할은 기존旣存, 이미 존재하는 것들, 나머지 1할의 9할도 기성旣成, 이루어져 있어 남은 것은 1할의 1할로 미성未成으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 많은 걸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해서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사람의 시선, 복잡한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
4강 ‘시대를 바꾼 질문, 시대를 품은 미술’은 스티븐 그린블랫의 『1417년, 근대의 탄생』.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 옛날 지식인들의 서가 해골은 지금 내가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죽으리라는 것을 늘 생각한다는 뜻.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은 현세, 즉 나중이 아닌 내 눈 앞에 있는 것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집중한다는 의미. 17세기 역사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네덜란드의 힘은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가 절대왕정아래 있을 때, 시민이 주도하였던 국가의 힘.
5강 ‘희망을 극복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 『영국 기행』,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사는 것 뿐. 바라는 것이 없어야, 순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순간 자체가 완벽해야. 어차피 부족함이 없는 상태에서 원하는 것들은 비합리적인 것들일 가능성이 크다.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내 인생이니까).
6강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은 밀란 쿤데라의 『커튼』. 우리가 읽은 소설 뒤에 숨어있는, 작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우리가 보지 못한 소설 바깥에 대한 글. 소설의 형식도 내용만큼이나 중요하게 읽혀야 한다는 사실과 소설을 읽는 다양한 방법과 소설사적인 지식이 담긴 책.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
7강 ‘소설이 말하는 우리들의 마술같은 삶’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부분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 뒤 나머지를 내 상상(대부분 내 욕망)으로 채우는 보편적인 사랑. 모든 것이 뒤엉켜있는 아마존 밀림의 영향을 받은 남아메리카 사람다운 상상력. 1947년 8월 15일, 인도 독립의 순간에 태어난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1명의 아이들, 인도 현대사와 맞물린 그들의 마술 같은 이야기.
8강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파우스트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파우스트』. 연애․결혼․섹스․여행 등 언제나 시작하기 전, 처음이 설레지만 이루고 나면 힘들고 삭막해지기 마련. 자본의 논리․과학․사랑․남녀관계․지식인․종교․자연․죽음에 대한 수많은 인간사가 녹아있는 책.
저자가 책을 읽는 방식은 작가가 작품에 바친 시간만큼 독자로서도 그와 같은 정성과 시간을 투여해 ‘등신대等身大’로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꼼꼼한 책읽기로 속독이라면 흘려 읽었을 영롱한 문장들을 길어 올리고, 자신을 작품과 포개서 깊이 있게 감상하고 감탄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111쪽)과 『파우스트』의 악령 메피스토펠레스가 한 말(329쪽)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인생의 황금나무뿐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