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녹색평론 복간호
지은이 : 녹색평론 편집부
펴낸곳 : 녹색평론사
지난 연말 《녹색평론》 편집․발행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라 왔다. A4 용지로 두 장 빽빽한 글이었다. 편집실의 사정으로, 2023년 여름호 계간지 형태로 재발간의 시점을 조금 늦추게 되었다는 양해의 편지였다. 나는 《녹색평론》의 진정성을 확고하게 믿는다. 도대체 녹색평론을 믿지 못한다면 이 세상 어느 활자체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녹색평론》은 30주년이 되는 2021년 181호(11-12월호)가 마지막이 될 뻔했다.
나는 한국 유일의 생태담론 매체 《녹색평론》과 통권 100호(2008 5-6월호)부터 인연을 맺었다. 정기구독자에서 적은 액수나마 후원인으로 한 발 내밀었다. 물론 출판사에서 내놓는 단행본과는 오래전부터 상면했다. 《녹색평론》은 오로지 정기구독자와 후원인의 힘만으로 운영되었다. 2020년 생태사상가 《녹색평론》의 편집․발행인 김종철 선생이 돌아가셨다. 현 《녹색평론》 편집․발행인 김정현은 김종철 선생의 딸이었다. 창간호가 나왔을 때 김정현은 고등학생이었다.
《녹색평론》은 1991년 창간호부터 우리 사회에서 낯설기만 한 생태 담론을 30년간 단 한 번의 결호없이 발행했다. 2022년 한 해 휴간을 하면서 재정비를 하고, 통권 182호 2023년 여름호로 복간했다. 극악무도한 천민자본주의의 이 땅에서 《녹색평론》이 사라지면 그보다 쓸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생태 잡지는 격월간지에서 계간지로 발행체제를 바꾸었다. 김정현은 미래에 대한 절망 때문에 고립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녹색평론》을 계속 붙잡았다고 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편집․발행인 김정현은 말했다. “30년 전에도 '녹색평론은 홍수가 났는데 나무 심자는 얘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그때 나무를 심었다면 이 상황이 안 왔을 텐데요. 지금은 더 큰 홍수가 났죠. 여기 압도당해서 허겁지겁 딴짓하다 보면 10년 뒤 더 큰 홍수를 불러 올 겁니다. 홍수에 맞서는 건 나무 심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죠. 모든 가치 체계를 뿌리에서부터 바꾸는 급진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2022년 《녹색평론》은 1년 휴간하면서 후원인들에게 네 권의 책을 보내 주었다. 아직 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한 권의 책이 있다. 김정현이 번역한 영국 작가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녹색평론사)이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야겠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녹색평론》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년중 네 번, 나는 책을 기다리며 설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