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FACTFULNESS(팩트풀니스)
지은이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옮긴이 : 이창신
펴낸곳 : 김영사
섬을 떠나는 후배가 남긴 10권에서 다섯 번째 책을 잡았다. 함께 생활하는 동안 그가 가장 강력하게 권장한 책이다. 책은 전 세계 40개국에서 출간되었고 6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 나의 삐딱서니 기질은 베스트셀러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후배는 왜 그렇게 이 책을 나에게 권했을까. 혹시 좌파적․비판적(?)적 편향이 염려되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누구보다 사실에 입각해 있었다.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 나온 여성 / 세계 인구의 다수가 사는 소득 국가 / 20년간 세계 인구의 극빈층 비율의 변화 / 오늘날 세계의 기대수명 / UN이 예상하는 2100년 아동인구 변화 수치 / UN이 예상하는 2100년 세계인구의 주요 증가층 / 지난 100년간 자연재해 사망자 수 / 세계인구 거주 분포지도 / 세계의 1세 아동 예방접종 비율 / 30세 남성의 평균 10년간 학교생활에 비한 30세 여성의 년간 학교생활 / 1996년 멸종위기종 호랑이, 대왕판다, 검은코뿔소의 오늘날 변화 / 세계인구 전기공급 비율 / 세계기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00년간 평균기온 변화
책을 열자 13가지 삼지선다형 문제가 독자에게 제출되었다. 나는 한 문제만 틀렸다. 활자중독자의 마구잡이 책읽기의 위력이었을까. 저자는 2017년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14,000명을 대상으로 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풀게 했다. 놀랍게도 정답률은 단 2개로, 16%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그것은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인 본능 때문이었다.
간극 본능 -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 거부하기 힘든 본능 / 부정 본능 -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경향 / 직선 본능 - 상황은 직선으로 전개되겠거니하는 본능 / 공포 본능 -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 크기 본능 - 사람들이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 / 일반화 본능 - 사람들의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경향 / 운명 본능 -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똑같이 보이는 것 / 단일 관점 본능 -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경향 / 비난 본능 -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 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 / 다급함 본능 - 두렵고, 시간에 쫓기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생각날 때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성향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가짜뉴스’와 전쟁을 벌이는,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였다. 이에 “팩트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무지를 타파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생을 활동한 또는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책이 『FACTFULNESS(팩트풀니스)』였다. FACTFULNESS는 ’사실충실성‘이란 의미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가리키는 신조어였다. 한스 로슬링(Hans Rosling, 1948-2017)은 스웨덴 의사․공중보건전문가․통계분석학자로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의 공동설립자였다. 그는 무지와 싸운다는 평생의 사명으로 UN기구, 전 세계 대학, 경제포럼, 활동가단체, NGO······ 등에서 수많은 강연을 했다. 아들 올라 로슬링(Ola Rosling, 1975- )과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Anna Rosling Rönnlund, 1975- )는 트랜달라이저(Trendalyzer, 물방울 도표)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세 가족은 2005년에 겜마인더 재단(Gapminder Foundation)을 설립했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책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무지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깨우고, 세상을 사실대로 보는 눈을 뜨게 했다. 그들은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한 데이터 통계를 통해 증명했다. 놀라운 통찰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는 힘을 제공했다. 공동저자 안나 로슬링 뢴룬드는 방한기념 간담회에서 말했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뇌가 데이터를 왜곡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에 입각해 세계를 본다면 이념이나 본능에 의존하지 않는,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