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지은이 : 토마 피케티
옮긴이 : 이민주
펴낸곳 : 은행나무
정기구독하는 『녹색평론』의 서평란에서 책을 처음 접했을 것이다. 군립도서관, 저자의 책을 검색하니 두꺼운 부피의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떠올랐다. 숫자에 젬병인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차일피일 독서를 뒤로 미루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새 책을 이년 전 여름 군립도서관의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오늘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1971- )가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몽드〉에 2016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매달 쓴 칼럼을 엮어 펴냈다. 3장에 나뉘어 58편의 글을 묶었다. 카피가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는 반드시 몰락한다! 지속가능성, 조세정의, 노동 가치를 위한 긴급 제안’이었다.
저자는 학창시절 1990년대 소비에트의 몰락을 직접 목격한 뒤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런데 돌연 사회주라니! 30여 년 간 끝간데 모를 자본주의의 질주를 돌아보며 이를 극복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말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할 경제체제를 일컫는 말로 사회주의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고 본다.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애플 같은 거대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소기업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공공분야 연구와 공공인프라가 없었다면 탄생이 불가능.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보다도 사유재산이 더욱 한정된 일부에게 집중되고, 그 모든 걸 유일정당 중국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사회체제. 2001년부터 러시아의 상속세는 13%로 고정(소득이 1,000루블이건, 1,000억 루블이건 상관없다), 상속세는 전혀 없다. 세계화로 가장 이득을 본 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줌으로써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 사람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반작용으로 외국인 혐오에 빠져들었다.
현재의 불평등 기조의 노선과 정책이 지속되면 소득 수준 하위 50%의 삶의 질은 2050년에 더욱 나빠진다. 모든 부유한 국가들에서 공공자본은 적자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민간 재산가들이 금융자산을 통해 학교나 병원 등 모든 공공기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조세수입에 대해서도 인출권을 갖고 있기 때문. 오늘날 세상을 위협하는 건 무역전쟁이 아닌, 가장 부유한 자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세금덩핑’을 남발하는 사회적인 전쟁.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부유세 폐지에 항의하는 ‘노란조끼’는 조세정의 운동.
전 세계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체 탄소 배출의 절반 책임이 있으며, 최상위 1%가 세계 하위 50% 인구가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다. 탈공산주의는 하이퍼자본주의의 동지, 자연자원의 극한 착취와 사유화로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갔고, 조세피난처의 등장으로 합법적으로 자국의 조세와 사법체계를 피할 수 있고, 모든 누진세는 완전히 폐기. 자본의 자유이동에 기반한 세계경제 체제의 확립은 세계 억만장자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용이하게 만들어주었다.
국가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비판하지만 사회연방주의에 따르면 비판할 대상은 자본의 자유이동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금융․법률․조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좋은 투자처를 찾아낼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에게 낮은 이자율은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조건. 국가소득에서 상위 10%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라별로 30-70%에 이르고, 하위 50%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항상 높게 나타난다. 소득 하위 50% 인구는 사실 보유한 자산이 거의 없다.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는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연방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또 환경친화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혼종되어 있으며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사회주의다. 그는 자산세와 상속세 등 누진세 제도를 강화해 80-90% 정도의 최고 층위 부유세를 통해 전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공공자원을 교육 투자에 돌려 생산성을 향상시기고 계층간 사다리를 이어주는 교육의 평등화, 기본소득을 통한 부의 재분배로 빈부격차를 보완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편연금제로 노인빈곤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은 표사에서 말했다. “하위 50%의 불안감이 극대치에 달한 가운데 중위 50%로 올라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살벌한 자산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사회를 뒤덮은 ‘영끌’, ‘주린이’, 암호화폐 열풍을 만든 ‘벼락거지’의 경제적 실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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