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이기적 유전자
지은이 : 리처드 도킨스
옮긴이 : 홍영남․이상임
펴낸곳 : 을유문화사
섬을 떠나면서 후배가 물려 준 10권에서 일곱 번째 잡은 책이었다. 책의 초판은 1976년에 출간되었다. 내가 잡은 책은 ‘40주년 기념판’ 29쇄로 2020년 8월에 찍어냈다. 초판이 나온 지 반세기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그렇다. 『이기적 유전자』는 현대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ed Dawkins, 1941- )의 대표작이다. 내가 잡은 책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한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이 유일했다.
그의 책을 잡고 15여 년이 흐른 뒤에야 나는 ‘아! 그가 있었지’하며 군립도서관의 10여 권의 책을 대여목록에 올렸다. 책의 말미에 동료 과학자들 3명의 서평이 실렸다. 그중 윌리엄 D. 해밀턴은 말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솔직히 나의 독서는 지리멸렬했다. 평화롭고 단순했던 나의 일상에 들이닥친 풍파의 영향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싶었다. ‘과학 교양서의 바이블’을 읽어나가는 내내 나는 허덕이고 있었다.
‘40주년 기념판’에는 도킨스의 ‘에필로그’가 새롭게 수록되었다. 그는 여전히 ‘이기적 유전자’ 개념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얘기했다. ‘40억년이란 세월 속에서 고대 자기 복제자는 ······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조종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74-75쪽) 인간은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였다. 즉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였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였다.
번식과정에서 구조가 정확하게 복제되는 실체 ‘자기복제자’와 복제되지는 않으며 죽음에 이르고, 자기 복제자의 영향을 받는 실체 ‘운반자’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식하라고 그는 호소했다. 여기서 자기복제자는 유전자 및 염색체의 구성요소 핵산분자(DNA)이고, 전형적인 운반자는 개, 초파리 그리고 인간의 몸이다. 도킨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선택 등과 현대 생물학계의 연구 성과와 실험으로 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꿀벌 실험 등을 소개했다.
도킨스에게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작은 새가 포식자 맹금류 앞에서 경계음을 내는 것은 혼자 숨었을 때의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 하나가 매의 눈에 띄면 자신과 전체가 다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홀로 무리를 이탈하면 군집 생활의 이점을 잃는다. 경계음을 내지 않으면 개체는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일벌은 침입자가 닥치면 침을 쏘고, 자신도 죽는다. 이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다른 개체를 보호하여 유전자의 생존을 확보하는 행위였다. 불임의 일벌은 여왕벌을 사육하여, 일벌의 유전자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톰슨가젤은 포식자 표범 앞에서 겅중겅중 뛰는 도약을 한다. 이는 자신을 노리는 표범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여 사냥의 어려움을 알려서 포식자가 다른 사냥감을 노리게 하는 전략이다.
도킨스의 주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유전의 영역을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밈meme 이론, 즉 문화유전론이다. 핵심적인 개념 ‘밈meme’은 도킨스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이다.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도킨스는 말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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