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지은이 : 최민식․조은
펴낸곳 : 샘터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사진가 최민식의 사진에, 시인 조은의 글을 엮은 사진집이다. 시인은 사진가의 수백 컷 사진에서 세심하게 고른 사진에 글을 입혔다. 1장. ‘우리는 언제나 삶을 봅니다’의 14컷에서, 7장.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의 13컷까지 모두 97컷의 사진이 선별되었다. 나에게 1/3 정도의 사진이 눈에 익었다. 특별보급판 『HUMAN - 인간』에서 낯이 익었을 것이다.
게으르게 나는 아직 시인의 시를 접하지 못했다. 시인은 1988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로 등단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묵시론적 통찰을 보여 준 시편들이라고 한다. 부리나케 군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서 시인을 검색했다. 몇 권의 산문집과 시집을 펴낸 시인의 책에서 작은도서관 한 곳에 시집 『따뜻한 흙』이 있었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부족함을 탓해야 할까.
책을 열면 먼저 두 편의 ∣작가의 말∣이다. 사진가는 「낮은 데를 향해서 치열하게 움직인 카메라」에서 “나와 50년을 함께 해 온 카메라는 항상 낮은 데를 향해서 치열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카메라 앞에는 소외된 이웃들이 서 있었지요. 사진은 인간의 삶을 밝히는 작업입니다.”(6쪽) 시인은 「악성 바이러스를 꿋꿋이 이겨내게 하는 항체로서의 사진」에서 “그가 치열하게 사유하며 선택한 세계는 많은 부분이 어둡고 암울합니다. 그러나 그 세계에 맞선 그의 시선은 더 없이 따뜻합니다.”(10쪽)라고 말했다.
사진가 최민식(1928 ~ 2013)은 상업적 권력, 학연, 혈연, 지연에 얽매인 파벌에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한 비주류의 작가였다. 시인 조은(1960- )은 곤궁한 삶의 아스라한 풍경들을 투명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헤아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획자는 사진가와 시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소박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었다. 50쪽의 컷은 아들의 영정을 든 어머니다.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1965-1991) 열사는 노태우 정권의 폭압에 저항하여 서강대에서 분신 후 투신했다. 시인의 글은 ‘고통의 의미를 바꾸려 발버둥치는 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이다. 211쪽 컷은 시위진압에 나선 전경들 앞의 신부가 걸친 옷에 적힌 구호는 ‘낙동강 살려내라’였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은 구미공단 두산전자에서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독극물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된 사건이다. 시인은 썼다. ‘때로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이 성난 물길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길을 갑니다. 그 물길을 막으려는 제방은 성난 물길보다 위태로워 보이고.’
마지막은 116쪽의 자갈치 시장의 억처 아지매 컷이다. 시인의 펜은 이렇게 썼다. ‘왜 어머니의 팔은 아이를 품어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어린 소녀는 힘겹게 누군가를 업고 있는 것일까요? 왜 업힌 아이는 불평 없이 먹고 있는 것일까요?’ 어린 소녀의 등에 업힌 남동생이 엄마의 젖을 빨고 있다. 엄마는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손질하느라 비린내가 손에 배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