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삼국연의 역사기행

대빈창 2023. 6. 30. 07:00

 

책이름 : 삼국연의 역사기행

지은이 : 전인초․홍순효․오수형․위행복․강태권․조관희․정찬학․박계화

펴낸곳 : 학고재

 

중국 원말元末명초明初(1367년 전후)의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연의三國演義』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연의소설이다. 진晉나라 태강太康 연간 280-289에 사가史家 진수(陳壽, 233-197)가 지은 『삼국지三國志』에 살을 붙여 만든 작품이다. 흔히 그 내용을 ‘칠실삼허七實三虛’라고 하여 3할 정도가 소설적 허구로 쓰였다. 『삼국지三國志』는 위서 30권, 촉서 15권, 오서 20권의 총 56권으로 구성된 위魏․촉蜀․오吳의 역사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보통 ‘삼국지’하면 ‘삼국연의’를 가리킨다.

나관중의 『삼국연의』는 무려 14세기에 걸쳐 다듬어지고 보완되어 청靑나라 초기 모종강毛宗崗본으로 정착되었다. 삼국연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하는지를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삼국연의 역사기행』은 각 대학의 중문과 교수들이 팀을 꾸려 『삼국연의』의 역사 현장을 돌아보았다. 책은 1․2부 19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1부는 유비․장비의 고향 하북성河北城 탁주涿州에서, TV드라마 〈삼국연의〉 야외촬영장 ‘삼국성三國城’이 있는 강소성江蘇省 무석無錫까지, 답사팀의 발걸음을 쫓는 14개 챕터로 이루어졌다. 유비의 고향 누상촌樓桑村․장비의 마을 충의점忠義店, 장비의 옛 우물터張飛古井, 조조가 군사를 훈련시키고 숨겼던 조조운병도曹操運兵道, 도원결의 유비․관우․장비가 여포와 일대 격전을 벌인 곳 삼의묘三義廟, 관우의 머리가 묻힌 관림關林, 제갈량 최후의 전쟁터 오장원五丈原, 공명의 병법 팔진도八鎭圖에서 유래한 팔괘정八卦亭, 공명의 죽음을 예고하여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낙성석落星石, 공명의 옷을 묻은 제갈량 의관총衣冠塚, 제갈량이 사마의 부자를 유인하여 궁지에 몰아넣었던 계곡 호로곡葫蘆谷.

현존하는 무후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면현勉縣 무후사武侯祠, 유비가 한중을 차지한 후 단을 쌓고 한중왕을 칭한 설단처設壇處, 제갈량과 더불어 유비를 보필했던 모사謀士 방통묘龐統墓, 병을 얻은 유비가 공명에게 아들을 부탁한 백제성白帝城, 관우의 머리없이 몸만 묻힌 관릉關陵, 장비가 꾀를 내어 조조군을 물리친 장판교長坂橋,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한 고융중古隆中, 제갈량이 세 번째 방문한 유비를 맞이한 초가 삼고당三顧堂, 제갈량이 세상에 나가기 전 머물렀던 와룡처 臥龍處, 제갈량이 제단을 쌓고 동남풍을 빌던 배풍대拜風臺, 손부인과 유비의 정략적 결혼의 무대 감로사甘露寺, 유비와 손권이 천하를 꿈꾸며 칼로 내리친 바위 시검석試劍石, 유비의 죽음에 손부인이 제사를 지낸후 뛰어내려 자살한 곳 제강정祭江亭 등.

2부는 관우關羽․제갈량諸葛亮․유비劉備․장비張飛․조조曹操의 인물론이었다. 『삼국지三國志』와 『삼국연의三國演義』의 각 인물의 묘사를 비교 분석했다. 관우는 忠, 義, 智, 仁, 勇의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중국 도처에 산재한 관우묘는 공자묘보다 많다. 공자가 중국 사대부 지식인의 존중 대상이라면 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 즉 민간의 우상이었다. 정사 삼국지는 제갈량(181-237)을 아주 평범하게 기술했지만 삼국지연의는 지략이 풍부한 이상적인 모사謀士로 형상화했다. 유비가 당시 사람들의 존중을 받은 것은 그의 남다른 의기意氣와 인덕仁德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감 없는 인의仁義는 개인적 차원에서 미덕이지만, 천하의 대세를 논하면서 대국적 사고의 결여를 드러냈다. 거칠고 급하지만 불의 앞에서 굴하지 않는 장비. 『삼국연의三國演義』는 유비 집단을 영웅으로 묘사하기 위해 조조와 그 일파를 지독히 음험하고 교활한 집단으로 그려냈다.

일행은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상해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수많은 삼국연의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답사팀에게 떠오른 상념은 "나관중의 『삼국연의』가 나온 이후로 수세기 동안 대중을 사로잡았던 허구의 현장에서 우리가 맞부딪혔던 것들은 바로 대중의 허구에 대한 욕망과 욕구가 현실 세계에 구축한 허상"(179쪽)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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