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지은이 : 송경동
펴낸곳 : 창비
시집 - 『꿀잠』(삶이보이는창, 2006),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2009),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2016),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창비, 2022)
산문집 - 『꿈꾸는 자 잡혀간다』(실천문학사, 2011)
나의 책장에 지금까지 ‘거리의 시인’, ‘투사 시인’ 송경동(宋竟東, 1967- )이 펴낸 책이 모두 갖춰졌다. 시집은 5부에 나뉘어 59편이 실렸다. 표사는 시인 김해자,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명환의 「‘대책 없는’ 시인이 꿈꾸는 ‘대안 있는’ 세상」 이었다. 평론가는 말했다. “그 오랜 경험을 담은 그의 작품 밑바닥에는 힘겨움과 피로감이 스며 있다. 싸우고 또 싸워도 같은 일로 또 싸움에 나서야 하는 현실은 엄연하고, 오랜 세월 거리에서 투쟁했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193쪽)
시인의 삶은 지난 수십 년 간 길거리에서 노동자․민중과 함께 했다. 그는 한결 같이 거대 자본의 폭력과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렇다. 그의 삶이 시였고 문학이었다. 그의 시를 읊는다는 것은 이 시대의 고통과 우정, 연대에 한 발 다가서는 것이다. 아래는 시편들이 읊은 사람과 단체, 투쟁 현장이다.
광화문 촛불집회 하애정 도깨비굿 / 전국노점상대회 / 콜트악기 복직투쟁 / 한겨레 창간 30주년 / 맑스코뮤날레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 전사 정광훈 /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故 황유미 /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 / 세월호 참사 / 故 백남기 농민 / 故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 촛불항쟁 소신공양 정원스님 / 종로고시원 쪽방 희생자 / 문정현 신부 /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 故 백기완 선생 /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시인은 그동안 추모시를 100편 정도 썼다. 그는 말했다.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된 채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20년 동안 사람들 보고 싶어서, 사회를 알고 싶어서 늘 현장의 사람들을 쫓아다녔다. (죽은 이들은) 그곳에서 늘 나를 가르쳐 준 사람들이다. 그 한 사람 고유 명사처럼 어떤 아픔이나 어떤 꿈을 상징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은 「토대」(102-103쪽)의 전문이다.
사회운동 한 삼십년 쫓아다니다보니 / 이젠 조금 알겠다 // 노동자 민중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 중에도 / 나는 대장만 하고 싶어요 하는 이 많다 // 혁명을 이야기하며 권력을 / 수단이나 독점으로 사유하는 이 / ‘나’나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면 / 아무리 옳아도 보이콧하는 / 종파주의 분열주의자도 정말 많다 // 그런 우리의 세세한 욕망과 편협함이 / 고루 챙겨지고 나서야 오는 / 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그러나 아직도 모르겠는 것이 있다 / 과실이나 결과를 탐하지 않고 / 불의와 폭력에 맞서다 이름 없이 스러지는 // 더 수많은 이들의 선한 의지는 / 도대체 어디서 발원하는지 / 도대체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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