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대빈창 2023. 8. 3. 07:00

 

책이름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지은이 : 데이비드 이글먼

옮긴이 : 김승욱

펴낸곳 : RHK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은 신경학계 용어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 - 죽은 뇌세포 일부분이 다른 뇌세포로 대체되는 것의 의미에 한계를 느꼈다. 책의 원제 'LIVEWIRED생후배선’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려면 전기 배선이 연결되듯이, 인간의 뇌는 미완성 상태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상황에 맞게 모습을 바꿔가며 계속 연결되고 발전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의 부제는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로 12장 60편으로 구성되었다. 책은 기존의 뇌과학이 밝혀낸 운동, 감각, 언어 등 특정 활동을 나타내는 부위가 정해져있다는 가설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인간은 완전한 신진대사 기관을 갖추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뇌는 프로그램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신경회로를 다듬는다.

매슈는 뇌의 반구 하나를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후, 서서히 나이에 맞는 발달 단계로 돌아왔다.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하고 걸을 때 다리를 살짝 절지만, 다른 면은 모두 정상이었다. 남아있는 매슈의 뇌가 역동적으로 회로를 재편해서 사라진 기능을 맡았다. 신경계가 스스로 청사진을 바꿔 반쪽짜리 기계로도 삶을 온전히 담당할 수 있게 했다. 엘리스는 날 때부터 우반구가 없었지만 시력도 정상이고, 눈과 손도 제대로 사용했다. 생후배선을 통해 왼쪽과 오른쪽에서 뻗은 섬유들을 모두 좌반구로 연결시켜 시야 전체를 절반 밖에 안되는 뇌가 모두 처리한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고작 2만개 정도이다. 뇌의 뉴런은 860억 개이다. 뉴런들 사이의 연결점은 모두 합해 200조 개 쯤 된다. 게놈의 전략은 불완전하게 만든 뒤, 세상 경험으로 다듬어지게 하는 영리한 전략이었다. 갓 태어난 인간의 뇌는 미완성 사태로 반드시 세상과 상호작용을 해야만 완성될 수 있다. 대니엘 크로켓은 일곱 살 때까지 작은 벽장 안에 갇혀 자랐다. 아이는 고체 음식을 씹지 못했고, 화장실을 사용할 줄 몰랐으며 고개짓으로 그렇다, 아니다를 표현하지 못했다. 극도의 사회적 결핍으로 뇌가 정상적인 발달경로에서 벗어난 것이다.

뇌는 차분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감각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감각은 재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신경재배치의 속도가 엄청나다. 뇌과학자들은 시각적인 꿈을 뉴런의 경쟁과 자전이 낳은 부산물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시각 시스템이 다른 감각에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두운 밤에도 시각시스템을 활성화할 방법이 있어야 했다. 마약의 금단현상도 뇌의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뇌는 일정량의 약이 항상 몸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처음과 같은 황홀경을 맛보려면 더 많은 약이 필요한 것이다. 뇌가 마약에 적응하면 할수록 , 약을 끊었을 때 충격이 크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뇌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범죄율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원인을 분석한 여러 가설 중의 하나는 자동차 휘발유를 유연에서 무연으로 바꾸게 한 ‘공기청정법’이 낳은 결과였다. 공기 중 납 함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23년 뒤 범죄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납은 유아의 뇌 발달을 방해했고, 아이가 자랐을 때 충동적 행동이 늘어나며 장기적 사고를 힘들게 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말했다. “뇌의 신체 지도는 유전자에 미리 각인된 것이 아니라, 입력되는 정보에 따라 형성된다. 경험의존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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