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민중을 기록하라
지은이 : 박태순․황석영외 20인
펴낸곳 : 실천문학사
『민중을 기록하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직접 현장에서 기록한 르포집이다. 작가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어두운 곳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를 충격으로 연 전태일 사건과 온 국민을 경악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까지 총 21개의 사건을 다루었다. 해설은 두 편이 실렸다. 정치사학자 김원의 「한국 현대사와 르포―망각된 목소리와 공감하다」는 한국현대사에서 이들 르포가 차지하는 의미를 추적했다. 문학평론가 장성규의 「르포 ‘문학’의 복권을 위하여」는 르포의 문학적 위상을 재조명했다.
1부 1970년대, 소설가 박태순(1942-2019)의 「소신(燒身)의 경고(警告)―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全泰壹)의 얼」은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1948년생)의 분신 자살사건을 다루었다. 23살의 노동자는 자신의 죽음으로, 박정희 정권 개발독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했다. 마석 모란공원에 갈 때마다 나의 발길은 항상 『전태일 평전』의 고故 조영래 변호사 묘소에 머물렀다. 소설가 황석영(1943- )의 「벽지(僻地)의 하늘」에서는 1973년 11월 23일 강원 정선 사북 고한3리 동고광업소의 광부 사망사건을 다루었다. 지하 1,450m 메탄가스 폭발로 작업 중이던 광부 17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빈번했던 광산 사고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를 무시한 경제적 이윤추구에 광분하던 관행이 빚은 사고였다. ‘어제 사람이 죽은 어둠 속으로, 구조된 광부는 오늘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62쪽) 나는 20대 시절, 젊은 객기로 광산을 두드렸다. 사북 동원탄좌였다. 껄렁한 행색이 못마땅했던 지 막장마저 거절당한 나는 노가다 판에 젊음을 팔았다.
2부 1980년대, 시인 윤재걸(1947- )의 「광주, 그 비극의 10일간」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의 5․18 광주민중무장항쟁을 다루었다. 시인 전무용(1956- )․소설가 이은식(1953- )의 「녹두밭 윗머리 사람들―충남 공주군 B면 K리 1구를 찾아서」는 대전에서 계룡산 동학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 공주읍 쪽으로 약 3㎞의 거리에 위치한 시골면소재지(자연부락명―박정자)의 농촌 현실을 다루었다. 여기서 ‘녹두밭 웃머리’는 박토라는 의미였다. 소설가 윤정모(1946- )의 「6월 항쟁, 민주국가 문은 열었다」는 1987년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에서 벌어진 반독재민주화운동(6월 항쟁)을 다루었다. 1987. 1. 14. 서울대생 박종철의 치안본부 고문치사 사건, 1987. 6. 9. 연세대생 이한열의 최루탄 피격 사망. 소설가 김남일(1957- )의 「노동운동의 성지 모란공원」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묘지공원으로, 1980년 이후 민주화․통일․노동․철거민․장애인 투쟁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집단 묘역이다. 전태일, 박영진, 문익환, 백기완, 이소선, 박종철, 조영래, 노회찬, 성완희, 박래전······. 문익환(1918-1994)의 「걸어서라도 갈테야」는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문익환 목사는 통일운동의 물꼬를 틀겠다는 각오로 분단 이후 최초로 1989년 3월 25일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다.
3부 1990년대, 시인 이원규(1962- )의 「기수(旗手)」는 1991년 4월 24일 명지대생 강경대(1972년생)의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살해당한 사건으로 촉발된 ‘1991년 5월 항쟁’을 다루었다. 시인은 가두 투쟁에서 ‘민족․민중 해방의 문예일꾼! 민족문학작가회의’ 깃발을 들고 다니는 기수였다. 작가 이상석(1952- )의 「부신 햇살 어둔 하늘」은 1989년 5월 28일 창립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화 투쟁은 민주화 운동과 결합하여 정권에 맞서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다. 소설가 공지영(1963- )의 「부엌에서 우루과이라운드까지―여성 농민의 하루」는 전북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덕진마을 민영엄마와 하루를 함께 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가 휩쓸면서 피폐해진 농촌여성의 애환을 다루었다. 소설가 안재성(1960- )의 「어느 지구조각가의 아침―중장비 기사의 하루」는 IMF시절 안산 중장비 기사들의 정리해고, 고용불안 등 불안정한 노동현실을 다루었다. 소설가 방현석(1961- )의 「“여기는 목숨을 담보로 한 곡예 작업장”―60년대로 돌아간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의 산업재해」는 (주)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의 달포 사이에 다섯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나간 사고를 다루었다. 70년대식 공기 단축으로 생산제일주의가 빚은 대기업의 탐욕이 빚은 산업재해였다. 시인 송경동(1967- )의 「“우리는 한평생이 IMF였어”―IMF 2년, 건설 노동자의 삶」은 IMF 시절, 영종도 인천공항 건설현장의 열악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었다.
4부 2000년대, 공선옥(1963- )의 「못다 핀 꽃 두 송이 미선이, 효선이」는 2002년 6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에서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M3 장갑차에 여중생 두 명이 압사당한 사건을 다루었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미선이․효순이 사건 재판을 동두천의 미군캠프 케이시 군사법정에서 열렸고, 미군 재판부는 가해 미군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르포작가 박영희(1962- )의 「막장을 달리는 지하철」는 2002년 2월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방화로 인한 대형화재로,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사건’을 다루었다. 1인 승무원제는 참사를 예비했고, 사망한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동자는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했다. 소설가 오수연(1964- )의 「전쟁과 독재를 견딘 이라크 작가들」은 사담 후세인 이후 이라크 문인들을 현지에서 취재했다. “독재정권이 국민을 무식하게 만들고, 무식한 국민은 정권이 독재하게 만들었다.”(465쪽) 시인 김해자(1961- )의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이주 노동자 이야기」는 한국 3D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산업연수생제도․고용허가제로 ‘현대판 노예제’에 묶인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루었다. 불법체류자 강제단속에 몰린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설가 정지아(1965- )의 「한잔 들쭉술에 녹을 60년 세월인 것을―소설기 정지아의 북녘 기행」은 2005년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중심이 되어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를 다루었다. 남측 작가 115명이 방묵하여 백두산, 묘향산 등을 오가며 대회를 진행했다. 르포작가 박수정(1969- )의 「어느 낮, 대추리를 가다」는 2006년 경기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을 다루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군 제2보병사단과 용산 주한 미군기지를 대추리 일원으로 이전․확장을 강행했다. 2006년 5월 4일 새벽 4시, 경찰 110개 중대 1만3,000명이 동원된 강제진압으로 524명이 연행되었고,37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인 윤예영(1977- )의 「용산으로 이어진 길, 가깝고도 먼 길」은 2009년 1월 20일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 농성하는 철거민들을 무모한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를 다루었다. “일상의 공간에서, 광장 한가운데서 학살이 일어났고, 학살의 흔적과 주검을 곁에 두고 우린 태연히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523쪽) 2014. 4. 16.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의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 끔찍한 현실로, 르포를 대신하여 시인 정우영(1960- )의 시 「가만히 있지 말아라」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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