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마음의 일
지은이 : 오은
펴낸곳 : 창비
시집 - 『호텔 타셀의 돼지들』(민음사, 2009),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2013),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 2016)
산문집 - 『다독임』(난다, 2020)
그동안 내가 잡은 시인의 책들이다. 시인은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래,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을 상재했다. 시인은 갓 스물 살에 문단에 나왔는데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재미났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등단요, 그게 뭔가요?”
시인의 형이 아무 말도 없이 그가 그동안 습작한 詩를 월간 ‘현대시 신인상 공모’에 투고한 것이다. 졸지에 그는 시인이 되었다. 『마음의 일』은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으로 〈창비청소년시선〉 서른 권 째였다. 시리즈는 전문시인이 쓴 청소년 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였다. 시인이 등단 뒤 펼쳐 보인 특유의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개성적인 시 세계는 나에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 구분없이 40편이 실렸고, 발문은 작가 이슬아의 「만인의 친구가 헤아리는 마음」 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던 나의 청소년 시절의 마음을 떠올리며 쓴 시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한께 읽으며 나를 찾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편들은 청소년들의 예민한 감성과 복잡다단한 심리를 섬세한 필치로 꼼꼼히 짚어냈다고 평가받았다. 마지막은 「첫사랑」(42쪽)의 전문이다.
여름 방학처럼 내내 기다리다
겨울 방학처럼 몸이 굳었다
막 시작된 줄 알았는데
봄 방학처럼 짧았다
가을 방학처럼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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