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퇴사는 여행

대빈창 2023. 8. 23. 07:00

 

책이름 : 퇴사는 여행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북노마드

 

면소재지에 위치한 군립도서관의 저자의 책 두 권을 빌려왔다. 모두 여행 산문집이다. 브런치(brunch)에 연재했던 〈나의 퇴사여정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8년간 다섯 번 회사를 그만두었고, 마지막 퇴사 후 1년여를 놀면서 여행을 했다. 『퇴사는 여행』은 일과 여행 이야기가 섞인 회고록이었다. Prologue 「고민이 많아도 괜찮아」, 5부에 나뉘어 28편의 이야기(포토에세이 5편포함)가 실렸고, Epilogue 「방황이 중요한 이유」로 구성되었다.

1부, 인류는 대부분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기에, 자꾸 떠나려는 이유가 유전자에 새겨진 기나긴 유목민의 역사 때문. 글로벌 스타트업 앱리프트 한국지사장은 퇴사를 결정한 그녀를 미팅자리에서 진심으로 축하.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 예민함의 정도는 인간관계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일은 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야자키하야오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3000살이 넘은 백색삼나무가 있는 원시림의 일본 작은섬 야쿠시마 가족여행.

2부, 태국 치앙마이, 캄보디아 씨엠립,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달 간 동남아 여행. ‘제이빈야드’의 대표․디자이너 희진 언니의 일=놀이=삶. 〈포토〉 예술 공동체 마을 반캉왓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이너프포라이프(Enough for Life). 〈포토〉 Jatiluwih&Pura Luhur Batukan(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계단식 논).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생각이 부정적인 것은 사냥했던 원시시대의 부정적인 생각이 인간의 생존가능성을 높였기 때문.

3부, 기술은 쉽게 받아들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고, 큰 고민 없이 뭔가를 만들고 공유하는게 자연스러운 세대. 개인이 하는 일이 다양해지고, 개인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여러 개인 시대의 도래. 〈포토〉 벙커스(Bunkrrs de Car Baro) 언덕. 포르투갈 포르투는 관광객 수가 급증해도 일요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게 진짜 친구. 〈포토〉 포르투갈의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호카 곶, 네덜란드의 기숙사와 호텔이 합쳐진 곳(The Student Hotel).

4부, 성공은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큰 명예를 얻었는가 보다 주변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가 더 중요. 〈포토〉 실리콘밸리의 ‘게이트 웨이’에서 시작된 기업-구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서베이몽키, 테슬라, 페이팔, 스카이프 등. 1년에 한 번 사막에 약 7만 명이 모여 일주일간 도시를 건설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버닝맨(Burning Man). 자기만의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생기면 남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기회도 사람을 통해 찾아온다.

5부, 인생 키워드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나 마음이 헷갈릴 때,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게 도움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와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아픔. 무한한 우주에 모래알보다도 작은 별에서 살고 있는 우리.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말했다. “인생의 비극적인 순간이 언제 일어날지를 알게 되면, 가장 기쁜 순간에도 마음 놓고 좋아하기 힘들어질테니까.”

책은 다섯 번의 퇴사 경험과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겼다. 지금 시대는 여행과 여행 사진,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다.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군립도서관 대여목록에 올려놨던 두 손가락으로 꼽기에 부족한 저자의 책에서 여행관련 책을 삭제했다. 책에 관한 이야기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시선이 담긴 책 네 권이 살아남았다. 나는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활동 반경을 좁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방황이든, 배낭여행이든, 자아확장이든 그 어떤 것이든 인류공멸을 앞당길 것이다. ‘배부른 투정’으로 들렸다. 내가 존경하는 이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시골에서 살다 조용히 돌아가신 농부들이다. 되돌아갈 수 있으려면 우리는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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