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대빈창 2023. 8. 17. 07:00

 

책이름 :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지은이 : 야마오 산세이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상추쌈

 

지은 책 -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산에서 살다』, 『시코쿠를 걷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그래서 산에 산다』.

옮긴 책 - 『신비한 밭에 서서』, 『여기에 사는 즐거움』, 『풀들의 전략』, 『사과가 가르쳐 준 것』,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공역), 『나무에게 배운다』,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자연농법』, 『어제를 향해 걷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내가 믿고 찾는 작가, 첫 손가락에 꼽는 이는 생태주의자 최성현이다. 그는 강원 홍천에서 자연농법으로 논밭농사를 짓고 있다. 위에 열거한 책들은 그동안 내가 잡은 생태주의자의 책들이다. 역시 출판사 《상추쌈》은 믿음직스러웠다. 개정증보판 산문선집 『어제를 향해 걷다』와 시선집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같이 펴냈다.

농부 철학자․시인 야마오 산세이(山尾 三省, 1938-2001)는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자연 공동체 ‘부조쿠部族’을 꾸렸다. 일본에서 최초 유기농 채소 가게를 열었다.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대항문화 잡지 〈부드러운 혁명 시리즈〉를 발간했다. 마흔을 앞둔 1977년 가족과 함께 규슈 남쪽 작은 야쿠섬으로 들어갔다. 섬의 버려진 집을 손보아 들어앉았다. 낮에는 산밭농사를 짓고, 가축들을 돌보고, 밤에 글을 쓰는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이었다. 갑자기 죽은 친구 부부의 아이 둘까지 모두 아홉 자녀를 키웠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망가져가는 야쿠섬의 원생림을 구하는 《야쿠섬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고 싸워나갔다.

시인 안도현은 추천사에서 말했다. “시인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의 잡다한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고대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평생을 굴하지 않고, 사상을 실천한 아나키스트 야마오 산세이의 시는 온화했다. 자연과 생명을 노래한 아나키스트 야마오 산세이, 그의 평생이 이 시선집 한 권에 온전히 담겼다.

생태주의자가 가려 뽑은 시선집은 5부에 나뉘어 모두 94편이 실렸다. 열다섯 살에 경남 합천 황매산으로 들어간 8년차 시골농부 김수연은 야마오 산세이의 시詩를 노래로 만들었다. 그리고 제목을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로 붙였다. 마지막은 한국의 젊은 산골농부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진 「야자잎 모자를 쓰고 22」(48쪽)의 전문이다.

 

야자잎 모자를 쓰고 / 바다를 본다 / 사람들은 나아간다 / 세계로 세계로 / 우주로 우주로 눈먼 쥐처럼 나아간다 / 나는 반대로 물러난다 / 나에게로 나에게로 / 흙으로 돌로 숲으로 물러난다 / 야자잎 모자를 쓰고 / 바다를 본다 / 오래도록 우리 모두의 고향인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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