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지은이 : 피터 자이한
옮긴이 : 홍지수
펴낸곳 : 김앤김북스
국가 간의 지리 관계를 통해 국제 정세를 분석하는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75년 간의 황금시대가 끝나고 붕괴시간이 시작되었다. 세계화, 산업화, 세계적 분업체계 연결망이 무너지고 있다. 책은 운송․금융․에너지․산업 자재․제조업․농업 분야별로 세밀하게 분석한 7부 44장으로 구성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이 구축한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달러 중심의 금본위제)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였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하에서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했다. 세계경제 체제가 커지면서 금본위제는 명목화폐 체제로 바뀌었고 값싼 자본이 무한 공급되었다. 1989. 11. 9.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소련 연방이 해체되었다. 안보 환경이 바뀌자 브레튼 우즈 동맹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80-2015년의 태평성대는 끝났다. 선진국은 1960년대, 개발도상국은 1990년대에 폭락하기 시작한 출산율은 이제 수십 년 동안 속도가 붙었다. 세계 인구구조는 20년에서 40년 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2020년대는 인구구조가 모두 붕괴하는 10년이 된다. 오늘날 세계의 산업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갖춘 인구는 거의 없다. 인력은 극도로 분업화되고, 비숙련 기술 인력이 조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테이너선 단 한 척이 하역하지 못해도 수천수만 개의 공급사들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화 시대에서 장거리 운송은 에너지, 제조업, 농산물의 총 운송의 4분의 3을 담당한다.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8,500만 배럴로, 유가는 2008년 배럴 당 150달러로 최고를 기록하면서, 10년 전 가격의 열다섯 배가 되었다. 페르시아 만의 원유 총생산량은 하루 2,000만 배럴로, 2021년 현재 세계 공급량의 5분의 1,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원유의 절반이다. 1945년 이후로 세계는 에너지가 넘쳤고, 공급선도 다양했지만 이제 환경이 바뀌면 단 한 차례 에너지 운송에 차질이 생겨도 즉시 가격이 폭등한다.
중국은 나머지 세계의 수입량을 모두 합한 양의 세 배의 철광석을 수입,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보크사이트 총량의 3분의 2를 흡수․알루미늄 전량의 5분의 3을 제련, 세계 20대 제련소 가운데 열 개를 보유, 세계에서 가장 큰 14개 코발트 원산지 가운에 여덟 개가 중국에 있고, 코발트 제련 공정은 거의 전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중국 시설에서 리튬 80퍼센트가 가공. 세계 희토류 생산과 가공의 90퍼센트.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순도높은 실리콘은 중국 GCL그룹이 3분의1을 맡고 있다.
아시아에서 제조한 완제품이 향하는 2대 최종 목적지는 머나먼 미국과 유럽이다. 미국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7,000마일 떨어져있고, 유럽은 9,000-14,000마일 떨어져있다. 탈산업화는 산업의 종말을 넘어 식량 대량생산의 종말로, 대규모 기근을 겪는 시대로 돌아간다. 115억 에이커가 농경지로 이용되고, 2020년에 농작물 총생산량은 8조 달러로 세계 GDP의10퍼센트, 가치로 따져 3분의1이 넘는 먹거리가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의 세계 질서가 무너진 이후의 세계는 기근이 흔해져 10억 이상이 기아로 사망하고 20억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연결망은 붕괴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제조 품목이 줄어들면 부유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빈곤과 갈등이 만연한 세상으로 바뀐다. 식량이 줄어들면 인구도 줄어든다.
사람들은 브레튼 우즈 체제를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세기로 생각했다. 지정학 전략가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총체적인 개념은 미국이 세계 동맹의 충성심을 사기 위해서 경제적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하는 세계화를 가리켰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은 미국의 세기가 아니라 미국이 희생한 세계였다. 미국이 세계에서 손을 떼면서 아시아와 유럽 체제를 인위적으로 지탱해 준 다양한 구조적, 전략적, 경제적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는 2020년대에 붕괴가 본격화되고, 2030년대에 마무리된다고 예측했다.
자이한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했다. “세계화 없이 한국의 경제 부문은 존재하지 못한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보인 인구구조 없이는 자본 구조나 노동생산성 수준도 유지하지 못한다. 한국은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2020년대와 2030년대에 점점 악화될 문제들, 에너지 접근, 물리적인 안보, 안정적인 노동력, 시장과 원자재 접근 등 어떤 문제에든 ‘하나같이’ 한국은 이미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