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축의 시대

대빈창 2023. 10. 11. 07:00

 

책이름 : 축의 시대

지은이 : 카렌 암스트롱

옮긴이 : 정영목

펴낸곳 : 교양인

 

영국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1944- )의 책을 다섯 권 째 잡았다. 그동안 나의 손을 탄 책은 인류 초창기의 창세신화에서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신 개념의 변천사를 다룬 『신의 역사 Ⅰ・Ⅱ』(동연, 1999-2000),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2만2천년 인류사의 신화개설서 『신화의 역사』(문학동네, 2005), 현대인에게 종교의 참의미를 묻는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 아시아․유럽․근동 사례를 폭넓게 검토하며 평화와 종교의 이중성에 주목한 종교사 『신의 전쟁』(교양인, 2021)이었다.

책은 738쪽의 양장본으로 제법 두꺼웠다. 『축의 시대』(2010년)는 기록된 역사 가운데 지적․심리적․철학적․종교적 변화가 가장 생산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였다. 당대의 종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가다.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책은 중요한 이상의, 정신적 진화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며 네 민족의 진전을 10장으로 구성했다.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역사의 기원과 목표』(1949년)에서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축을 이룬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를 ‘축의 시대(Axial Age)'라는 문명사적 개념을 제시했다. 부제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이 가리키듯 『축의 시대』는 네 민족(인도, 이스라엘, 중국, 그리스)이 서로 교류가 없었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어떻게 놀라운 사유의 혁명을 일으켰는지를 탐구했다. 중국은 유교와 도교가 발생했고, 공자, 묵자, 노자가 활동했다. 인도에서는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가 발생했고, 고다마 싯다르타가 등장했다. 이스라엘은 유일신교 유대교와 에언가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나타났다. 그리스는 철학적 합리주의를 내세웠고, 소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활동했다.

‘축의 시대’는 중국에서 주 왕조의 붕괴에서 시작되어 진秦나라가 전국시대를 통일하기까지, 인도는 하라파(인더스) 문명이 해체된 후에 일어나 마우리야 제국과 더불어 끝을 맺었다. 그리스의 변화는 미케네 왕국과 마케도니아 제국 사이에 이루어졌고, 중동의 유대인은 조국의 붕괴와 추방으로 과거와 단절되면서 축의 시대로 밀려들어갔다. 카를 야스퍼스는 말했다. “축의 시대는 큰 두 제국 사이의 공백기, 자유를 위한 휴식, 가장 명료한 의식을 가져다주는 깊은 숨이라고 부를 수 있다.”(623쪽)

네 지역에서 ‘축의 시대’가 개화하는 과정은 공통적인 역사적 배경이 작용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동,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민중들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폭력과 무질서의 세상에서 전통적 관습과 신에게 올리는 제의는 소용이 없었다. 이제 인간은 신화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했다. 기원전 8세기의 모든 종교에서 ‘자기 버리기(케노시스kenosis)’의 씨앗이 발견되었다.

카를 야스퍼스가 ‘인격의 모범(paradigmatic personality)'이라고 부른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인간이라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하는 목표를 예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축의 시대의 선각자들은 원형적 모델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모방함으로써 그들이 구현한 고양된 인간성을 성취하는 길로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학자는 인간의 인식 전환과 사유를 통해, 폭력과 증오로 점철된 현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의 시대 민족들은 모두 자비와 윤리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에 창조된 모든 위대한 전통은 자선과 자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일치된 결론을 내는데 이 점이 우리 인류에 관하여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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