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위대한 미술책

대빈창 2023. 10. 13. 07:00

 

책이름 : 위대한 미술책

지은이 : 이진숙

펴낸곳 : 민음사

 

나는 20여년 저쪽의 세월, 미술평론가 이주헌의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손에 넣었다. 그리고 뒤늦게 작가 이진숙을 만났다. 나에게 『시대를 훔친 미술』에 이어 두 번째 책이었다. 책의 부제는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다. 책은 5부에 나뉘어 미술계의 생태학적 구조를 반영하는 작가, 미술사가, 비평가, 이론가, 컬렉터, 미술이론, 미술시장, 미술제도······. 86장의 화보를 담은 37편의 글이 실렸다.

1부 ‘작가 이야기’는 37년의 길지 않은 삶을 예술가적 광기와 고독, 비극적인 자살로 끝낸 ‘불우한 천재 예술가’의 전형 반 고흐. 고흐, 세잔과 함께 현대 미술을 태동시킨 후기인상파 화가 고갱. 서구 미술이 이룩한 모든 관행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낯선 그림의 ‘현대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1839-1906).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지복의 예술신藝術神 피카소(1881-1973). 주류 미술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20세기 현대미술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긴 샤갈. 1917년 4월 10일부터 열린 미국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R. Mutt'라고 서명한 남성용 변기를 출품한 뒤샹╺ 예술가가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손으로 만들지 않은 모든 기성품(ready-made)을 통칭하는 ‘오브제(objet)'라는 용어의 등장. 현대미술에서 가장 난해하고, 가장 폭력적이고, 가장 값이 비싼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 뉴욕, 파리, 서울 등 세계 주요 8개 도시를 잇는 인류 최초의 ‘위성 예술’ 1984년 1월 1일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불법 낙서라는 사소한 범행으로 전쟁이라는 인류의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banksy, 1974- ).

2부 ‘서양미술사’는 건축․조각․회화의 정론적 미술사 E.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를 미추美醜 개념으로 재정리한 움베르토 에코의 3부작. 미술의 역사를 이미지의 역사로 바꾸자고 제안한 레제스 드브레의 『이미지의 삶과 죽음』. 미술사 안에서 미학적인 논쟁을 끌어안는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여성미술가 역사‘의 복원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를 다룬 츠베탕 토도로프의 『일상 예찬』. 동시대의 예술작품을 검토한 『테마 현대미술 노트』.

3부 ‘한국미술사’는 한국박물관의 전설 故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동양적인 세계관․우주관을 집약한 ‘영기화생론靈氣花生論’의 강우방. 이론적 건축가들의 사상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물리화되고 실현되었는가를 구체적인 실례로 보여 준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명랑하게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분방의 민화연구가 정병모. 고려청자․분청자․백자로 이어지는 우리 도자기를 꾸준히 연구해 온 윤용이.

4부 ‘미술이론’은 ‘예술가’라는 개념으로 살펴본 미술사 베레나 크리커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작품이 탄생되는 순간의 여러 ‘역사적 수렴현상’ 속에서 실제 작품을 설명하는 존 버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매튜 키이란의 『예술과 그 가치』. 디지털 혁명시대 예술의 새로운 모습 이광석의 『사이방가르드』. 추상미술의 역사를 새로운 측면에서 살핀 윤난지의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사진과 근대적 시각의 특성,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 수전 손택. 풍경화를 이해하는데 몇 가지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조경학자 강영조의 『풍경에 다가서기』. 광학적 도구 사용요을 중심으로 밝힌 서양미술사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화의 비밀』. 호크니의 탐구와 창작과정을 조명한 마틴 게이퍼드의 『다시, 그림이다』. 세 권의 키치에 대한 답. 색에 관한 네 권의 책.

5부 ‘미술시장과 컬렉터’는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물질적 조건으로서의 후원과 시장에 관한 책들을 소개했다. 메디치 가문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 후원. 현대 미술시장의 열정적인 여성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898-1979). 20세기 후반에 형성된 글로벌 아트마켓의 실체. 슈퍼리치 컬렉터의 대명사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 ).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문화 패트런으로 활동해 온 건전한 컬렉터들의 이야기, 이광표의 『명품의 탄생』. 문화보국文化保國 컬렉터 간송 전형필(1906-1962).

표지그림은 홍경택의 〈NYC 1519 part 1〉(2012)로 뉴욕의 한 작은 책방을 그린 작품이다. 열두 점의 주목한 만한 그림과 사진 작품이 숨어 있다. 「에필로그」에 정답을 발표했다. 12점 만점에 나의 점수는 고작 7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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