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본성이 답이다
지은이 : 전중환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출판칼럼리스트 故 최성일(1967-2011)의 책에서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을 처음 만났을 것이다. 현대 도시인의 일상과 욕망을 낱낱이 파헤쳐 우리 본성의 민낯을 드러낸 『오래된 연장통』(사이언스북스, 2010)을 온라인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다. 막상 책을 펼치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군립도서관에서 저자를 검색했다. 두 권의 책을 대여했다. 먼저 펴든 『본성이 답이다』의 부제는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사회 보고서’다.
책은 지난 4년여 간 한국사회와 문화, 정치 현상들을 관찰하고, ‘인간 본성’에 근거해 해법을 새롭게 제시했다. 마음, 폭력, 협력, 성性 4부에 나뉘어 41꼭지의 글이 실렸다. 4-5쪽의 길지 않은 글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JUNO의 일러스트레이션 12컷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리뷰는 나의 눈길이 오래 머문 아홉 꼭지를 짧게 소개한다.
정치적 성향은 과거의 환경에서 병원체를 피하거나 성 전략을 추구하는 극히 실용적인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원초적인 혐오를 잘 느끼는 성향(난민 이주, 동성애자)은 보수적인 성향과 상관성이 높았다. 1960-70년대 미국 50개 주의 정치적 성향 조사결과, 병원체가 창궐한 주일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보수적 성향의 일부분은 전염성 병원체에 대한 방어로 진화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실제장면을 잘 지각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다듬어진 우리의 마음은 오늘날 사진과 동영상이라는 낯선 자극에도 활성화되었다. 대중매체가 퍼붓는 시각 자극에 휩쓸리는 현대인들은 자주 보는 연예인들을 내가 진짜로 만나는 사람들로 느끼게 된다. 인류가 존재했던 600만년 동안의 평균속도에 비하여 최근 1만년동안 인류의 진화속도는 100배나 더 빨라졌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다. 번식에 도움을 주는 유리한 돌연변이는 드물게 나타나므로 머릿수가 많아야 한다.
국민총생산, 실업률, 근대화 정도보다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변수가 살인율을 가장 잘 반영한다. 불황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헬조선의 젊은이들은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위험한 행동(범죄, 사고, 도박, 약물남용)에 내몰리고 있다. 순수한 악은 신화에 불과하며 현실 세계의 악은 대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히틀러, 스탈린, 전두환······ 은 자기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없이 그렇게 행동했고, 결코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 굳게 믿는다.
유권자의 대통령 후보 선호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풍족한 자원의 배분에 따른 집단 내 갈등이 심할 때는 여성 지도자를, 세계 경제가 불황이거나 전쟁처럼 집단 간 갈등이 심할 때는 남성 지도자를 더 선호할 것이다. 현대인이 국가의 복지정책을 판단할 때, 석기 시대의 조상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을 때 작동하던 심리가 그대로 쓰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만 선별적으로 복지 혜택을 주자는 주장은 수백만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인류의 작은 공동체의 인간 본성에 착 감긴다.
인류는 진화 역사의 대부분을 개인들 간의 재산이나 특권의 차이가 거의 없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 살았다. 무리 전체가 관련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데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참여했다. 여기서 지나친 갑질에 대하여 우리는 분노하여 행동에 나서는 진화된 마음을 갖고 있다. 수백만년 전 여성의 성적 의도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했던 남성들이 정확히 추론했던 남성들보다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했다. 남성의 진화적 성공은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가능한 한 많이 가질수록 증가한다. 여기서 남성은 여성의 성적 의도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잘 저지르게 진화했다.
진화 심리학자는 말했다. “우리 마음은 수백만 년 전에 걸쳐 이뤄진 인류 진화의 결과물이다. 과거 수백만 년 전 먼 조상들이 생존과 번식에 관련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된 심리적 적응의 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