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편두통
지은이 : 올리버 색스
옮긴이 : 강창래
펴낸곳 : 알마
내가 잡은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2015)의 여덟 번째 책이다. 군립도서관․작은도서관에 열권의 책이 비치되었다. 뇌신경학자의 어린 시절 과학 탐험기 『엉클 텅스텐』은 작은도서관이 재개관하는대로 대여할 것이다. 다음 차례는 자서전 『온 더 무브』다. 그는 향년 82세로 눈을 감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두렵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의식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신경장애 환자들이 인간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관심을 쏟았다. 충만했던 그의 삶에 감사를, 죽음에 애도를 보낸다. 기회가 닿는 대로 올리버 색스가 출간한 모든 책을 섭렵해야겠다. 뇌신경학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뇌신경의사의 애정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편두통migraine』는 뇌신경학자의 첫 번째 책이다. 1970년에 출간되었고, 1992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잡은 책은 2011년 9월의 1판1쇄였다. 표지그림을 보며 나는 입체파와 피카소를 떠올렸다. 얼굴 전체가 조각난 평면과 다각형으로 대체된 편두통 환자의 그림이다. 책은 5부 17장으로 구성되었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의 주인공은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정신병이 심할 때 화가가 그린 고양이 그림은 편두통 아우라가 나타내는 지각의 변동과 비슷했다.
‘편두통 환자 예술가라면 사물이 보여야 할 형태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거나, 왜곡되어 보이거나, 생각과 다르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아주 민감할 수 있다. 일단 환자가 인식하게 되면 창조적인 상상력이 자극되기도 한다.’(291-291쪽) 대표적인 인물은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로 사실주의적 세부묘사를 통해 기이한 시각효과와 개념적 효과를 성취한 판화작품으로 유명했다.
2세기부터 1453년 콘스탄티노플 멸망까지의 로마 역사를 다룬 『로마 제국 쇠망사』(전 6권)의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76~88)은 신경성 병(고통스러운 다리 근육의 수축 등)으로 웨스트민스터 학교를 자주 결석했다. 그는 학교생활이나 동급생들의 모임에서 구해 준 이 허약함을 은밀하게 즐겼다. 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간 뒤 증상(노이로제성 발작)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우리는 흔히 머리 한쪽이 아프면 ‘편두통’이라 여기고 두통제를 삼켰다. 편두통의 역사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했다. 그에 대한 묘사는 거의 2,000년이나 되었다. 상습적인 편두통은 모든 심신성 질병, 히스테리, 노이로제와 같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질병이었다. 편두통은 환자의 성격, 요구, 환경, 생활방식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또는 그런 것들이 편두통을 유발했다. 따라서 편두통을 치료하려면 생활방식 전체를, 생활을 몽땅 치료해야만 한다.
630쪽의 가볍지 않은 분량에서, ‘부록’에 실린 세 편의 글에 나의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빙겐(Bingen)의 힐데가르트(1098-1180)는 뛰어난 지성과 글솜씨를 지닌 신비주의적 성향의 수녀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환상을 경험했다. 그것에 대한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필사본 코덱스가 전해 내려온다. 『주님의 길을 알라』, 『성스러운 작품에 관한 책』에 실린 그림들은 편두통에 의한 다양한 시각적 아우라를 그렸다.
이탈리아 의사 제르니모 카르단(Jeronimo Cardan)이 일흔 살(1570)에 쓴 『내 인생의 책』의 37장은 그가 어릴 적, 세 살에서 여섯 살 사이에 경험한 이상한 환영을 묘사했다. 이는 편두통에 의한 확률이 아주 높다. 편두통 치료법에 관한 유명한 세 가지 책은 윌리스(1672)의 『짐승의 영혼에 대하여』, 헤버든(1801)의 『통증을 없애는 방법에 대하여』, 가워스(1892)의 『신경계 질병에 대한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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