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지은이 : 김남미
펴낸곳 : 나무의철학
섬을 떠나면서 후배가 남긴 열권의 책 중에서 아홉 번째로 잡은 책이다. 눈길을 끄는 표제의 책은 김남미 국어학자의 한글 맞춤법에 대한 실용서다. 헷갈리는 맞춤법을 확실하게 알려줘 신뢰와 호감을 줄 수 있는 글쓰기와 사고력을 길러준다. 한국인으로 품격과 교양을 위한 수준 높은 국어실력을 갖게 해준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나는 누구보다 맞춤법에 젬병이다. 물론 80년대는 화염병과 최루탄의 시대였다고 하지만 우리의 국어는 결코 만만치않았다.
책은 5장에 나뉘어 62꼭지의 글이 실렸다. 2-5장의 말미에 부록으로 ∣품위 있는 우리말∣ 4편의 글이 붙었다. 1장 ‘맞춤법 정복을 위한 기초 다지기’는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적는 것이다. 한국어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용언(동사, 형용사), 관계언(조사), 수식언(관형사, 부사), 독립언(감탄사) 9품사로 나뉘어졌다.
2장,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은 동음이의어 배舟, 배梨, 배腹의 예시를 시작으로, 낫다 vs 낳다, 넘어 vs 너머, 어떻게 vs 어떡해, 붙이다 vs 부치다, 그러므로 vs 그럼으로, 반드시 vs 반듯이, 바치다 vs 받치다 vs 받히다 vs 밭치다, ······, 복수표준어로 함께 쓰이는 네, 예까지 19꼭지. 3장,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은 현대사회는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고 공식 문서들이 부지기수다. 문서를 만들면서 토씨 하나가 틀려 엄청난 손해를 보는 세상에서 글자의 힘을 실감할 있다. 왠지 vs 웬지, 되다 vs 돼다, 며칠 vs 몇일, 알맞은 vs 알맞는, 예스럽다 vs 옛스럽다, 아무튼 vs 아무튼, 퉁퉁 불은 라면 vs 퉁퉁 분 라면을 ······, 비롯한 15꼭지.
4장, ‘국어 실력의 다크호스, 띄어쓰기’는 맞춤법 총칙의 제2항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는 만만치가 않다. 문장 속에서 띄어 써야 할 ‘단어’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하다 vs 공부 하다, 뿐 vs 만큼 vs 대로, 만, 먹는데 vs 먹는 데, 나랑 같이 vs 나같이, 못하다 vs 못 하다, 책인걸 vs 책인 걸, 이외에 vs 이 외에까지. 5장, ‘또 하나의 우리말 , 한자어’는 현재 우리말에서 한자어를 빼 버린다면 사고 영역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 결재決裁 vs 결제決濟, 안일安逸하다 vs 안이安易하다, 결단決斷 vs 결딴, 사단事端 vs 사달, 계발啓發 vs 개발開發, 이용利用 vs 사용使用, 삼촌三寸 vs 삼춘, ······, 비롯한 13꼭지.
나는 본문보다 부록에 오히려 눈길이 갔다. 한국의 누리꾼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1위에 등극한 단어는 ‘어의없다’였다. ‘어이없다’가 표준말로 ‘어의語意: 단어의 의미가 없다’와 자의적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의 수상자들은 흔하게 ‘드리다’라는 표현을 남용했다. 이 말이 상대방을 더 높이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부자연스러워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명사와 명사 간의 연결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서의 효율성에서 의미상의 연관을 갖는 것끼리 묶어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장기 개발 → 중장기개발, 프로젝트 목적 → 프로젝트목적. 외래어를 고유어로 순화하려는 노력이 성공한 말들, 고수부지高水敷地 → 둔치, 노견路肩 → 갓길, 네티즌 → 누리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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