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작은 것들의 신

대빈창 2023. 12. 14. 07:30

 

책이름 : 작은 것들의 신

지은이 : 아룬다티 로이

옮긴이 : 박찬원

펴낸곳 : 문학동네

 

나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1961- )를 환경․반핵․반세계화 활동가로 먼저 만났다. 가정 먼저 접한 책은 정기 구독하는 인문생태 잡지 『녹색평론』에서 펴낸 단행본이었다. 『9월이여, 오라』는 아룬다티 로이의 정치평론 모음집이다. 그리고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를 찾았다.

아룬다티 로이는 4년 만에 완성한 첫 소설 원고를 런던 문학에이전트 데이비드 고드윈에게 보냈다. 작품을 읽은 고드윈은 곧바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이를 만나 선금을 제안했고 출판 계약을 맺었다. 1997년 5월 출간된 『작은 것들의 신The God of Small Things』은 그해 부커상(Booker Prize)을 움켜쥐었다. 소설은 전 세계에서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6백만부 이상이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국 작가 존 버거는 말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마치 유일한 이야기인 양 이야기되는 일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이다.” 첫 문장은 ‘아예메넴의 5월은 덥고 음울한 달이다.’로,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인도 케랄라 지방이다.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 에스타와 라헬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학교를 마쳤을 때, 라헬은 델리에 있는 그저 그런 건축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았다.’(33쪽)에서 나는 작가의 반半자전적 소설로 읽었다. 작가는 인도의 메갈라야 살롱에서 태어났고, 한 살 때 부모기 이혼하면서 외가가 있는 인도 남부 케랄라로 이주했다. 소설의 주인공 라헬처럼 기숙학교와 건축대학을 다녔다.

‘그에게 살이 닿지 않고 선물을 집을 수 있게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서 주던. 배, 상자, 작은 풍차. 그녀를 암무쿠티라 부르던’(244쪽) 손재주가 뛰어난 불가촉민 파라반 벨루타(쌍둥이 남매를 사랑하는)와 이혼녀 가촉민 암무(쌍둥이 엄마)의 사랑 이야기로 카스트 제도에 짓밟힌 작은 존재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 소설은 나의 세상이며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또한 이 소설은 장소나 관습에 관한 것이 아니라 들과 땅과 공간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를 나온 외삼촌 차코는 쌍둥이 남매에게 역사적 관점에 대한 감각을 갖도록 ‘지구 여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46억년 나이의 지구를, 마흔여섯 살의 여인에 비유했다. 지구상에 단세포 생물이 나타났을 때 지구의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동물들은 마흔이 돼서야 등장했다. 지구상에 공룡이 돌아다녔던 것은 마흔다섯 살, 인간 문명은 고작 두 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그렇다. 사회적 약자 여성․아이․불가촉민, 파괴되어가는 자연 등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이미 작품에 담겨 있었다.

옮긴이는 해설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작은 것들과 큰 것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작은 것들의 신』은 아룬다티 로이의 데뷔작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한 소설이다.” 그랬다. 작가는 20년 만에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The Ministry of Utmost Happiness』를 펴냈다. 다행스럽게 군립도서관에 비치되었고, 나는 다음 대여도서 목록에 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