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대빈창 2023. 12. 15. 07:30

 

책이름 :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지은이 : 이시영

펴낸곳 : 창비

 

시인 이시영(李時英, 1949- )은 스무 살의 나이에 문단에 나왔다. 시력詩歷 50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나는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2009), 시집 『호야네 말』(창비, 2014)을 잡았을 뿐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책을 뒤적이다 시인을 다시 만났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다. 다행스럽게 내가 잡지 못한 시집 두 권이 있었다.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2007)는 시인의 열한번 째 시집이다.

3부에 나뉘어 112편이 실렸다. 그동안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시人物詩를 선보였던 시인답게 이번 시집에도 몇 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 박봉우, 서정춘, 오탁번, 김종삼, 박목월, 도종환. 달라이라마, 독일에 거주하는 허수경 시인의 남편, 히말라야 짐꾼 하싼, 헤나․헤인 형제, 정토마을 원장 능행스님, 노동수도공동체 남원 동광원 김금남 원장, 남극탐험가 로버트 폴컨 스콧, 케냐 왕가리 마타이, 에베레스트 에드먼드 힐러리, ······.

신문기사와 사진, 보고서, 다른 작가들의 시와 소설 등이 그대로 인용된 시사시時事詩는 순발력 있게 시대를 호흡했다. 표제작 「우리의 죽은 이들을 위해」는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단편집 『소외』에 실린 「검은 머리 여인과 금발 여인」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고故 박흥주 대령」은 10․26당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로 박정희 암살에 가담하여 총살당한 박흥주 대령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그대로 쓰였다.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서른두 살의 젊은 조용수 사장이 구군부의 쿠데타 세력에 강제폐간되고 교수형에 처해진 사실을, 동생 조용준은 슬프게 떠올렸다.

시인은 극사실주의적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쟁과 폭력을 시로 고발했다. 「누가 이 할머니를 전사로 내몰았는가」는 남편, 자식, 손자들을 이스라엘군의 학살에 잃은 파티마 오마르 마무드 날 나자르(64세) 할머니의 자살폭탄 테러, 「대통령의 눈물」은 미국 침공으로 어린이를 포함하여 4천 여명이 목숨을 잃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눈물, 「5월 어머니회」는 불의에 항거하다 죽임을 당하고 실종된, 자식들의 순결한 영혼을 지키려는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의 세 가지 금기를 ······.

시인은 말했다. “때론 한 줄의 기사가 그 숱한 ‘가공된 진실’보다 더 시다웠다.” 마지막은 시집을 닫는 마지막 시 「평화」(132쪽)의 전문이다.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저 아기다람쥐의 졸리운 낮잠을 깨우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