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지은이 : 이영주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시인을 만났다. 꼭지 ‘희망은 버스를 타고’ 에 실린 시 「공중에 사는 사람」이었다. 시인 송경동의 희망버스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크레인농성,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탑 고공농성을 떠올렸다. 그녀의 詩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를 고르는 눈이 어두운 자신을 탓했다. 군립도서관․작은도서관의 시인을 검색했다.
아쉽게도 시가 실린 『차가운 사탕들』이 보이지 않았다. 세 권의 시집이 떠올랐다. 1974년생 시인은 2000년 『문학동네』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대여한 시집은 등단 19년을 맞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트레이드마크는 표지그림이다. 낯선 컷을 그린이는 김근이었다. 아마! 시인 김근일 것이다. 4부에 나뉘어 62편이 실렸다. 나의 형편없는 시적 독해력은 시집 말미의 해설, 문학평론가 조재룡의 「기록할 수 없는―공포와 부정의 이야기』부터 펼쳤다.
‘이름만 바꾸면 나—너가 모두 주인인 이야기이며, 입을 다물 수 없는 경악과 충격 이후, 세계가 상처의 모습을 하고, 지고, 피고, 떠다니고, 열리고, 스며들고, 출렁거리고 있는 지금—여기의 이야기들’(141쪽)이라고. 해설을 먼저 잡고, 본문 시를 읽었으나 나의 아둔함은 도저히 시의 언저리에 닿을 수 없었다. 시인의 독특한 시 세계를 만나려면 문학평론을 더 읽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시 「십대」(9쪽)의 전문이다.
불과 물. 우리는 서로를 불태우며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망해가는 나라니까. 악천후의 지표니까. 우리는 나뭇가지를 쌓아놓고 불을 붙였고, 오줌을 쌌고, 자주 울었고, 나무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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