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민중의 이름으로
지은이 : 이보 모슬리
옮긴이 : 김정현
펴낸곳 : 녹색평론사
우리나라 유일의 생태담론지 『녹색평론』은 2022년 휴간하면서 후원인들에게 네 권의 책을 보내주었다. 『녹색평론』의 전 발행인・편집인이었던 생태사상가 故 김종철(金鍾哲, 1947-2020) 선생의 칼럼집 『발언 Ⅲ』, 권두언 ‘책을 내면서’를 한데 묶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녹평시선 01’로 나온 시인 김명수(金明秀, 1945- )의 11번째 시집 『77편, 이 시들은』.
내가 마지막으로 잡은 『민중의 이름으로』의 부제는 ‘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였다. 이보 모슬리(Ivo Mosley, 1951- )는 영국의 도예가․작가다. 책은 현재의 사이비 ‘민주주의 정부’들이 어떻게 이 세계를 사회적․생태적으로 망가뜨려 왔는가를 살폈다.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허상을 그 기원으로부터 추적하여 진정한 민주주의 도래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옮긴이 김정현은 『녹색평론』의 발행인・편집인으로 ∣역자후기∣에서 말했다. “화폐가 국가나 공공기관에 의해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상업은행들에 의해서 ‘신용창조’라는 이름으로 부채(빚)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 폐해들은, 이제 마침내 인간사회와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246쪽)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는 대의제가 현대사회의 유일하게 가능한 민주주의라는 뿌리 깊은 신화를 걷어냈다. 중․후반부는 민중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립과 자치의 조건을 논했다. 민주주의는 단순하게 말해서 ‘민중이 통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선거대의제를 올바르게 말하면 ‘선거 과두정’이다. 즉 우리가 우리를 통치하는 일을 하도록 선발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통치다.
이보 모슬리는 마지막 장에서, 김정현은 역자후기에서 21세기 지금까지도 건재한 진정한 민주주의 사례들을 꼽았다. 스위스의 코뮌과 칸톤, 미국 뉴일글랜드 주민총회, 덴마크 크리스티아나, 인도 판차야르, 동아시아 전통 농민사회, 북미 선주민 사회, 멕시코 치아파스, 이스라엘의 키부츠, 남아메리카 포트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 중국 지방정부의 배심원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시민의회, ······. 인간이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신념을 공동체의 운영원리로 채택한 성공 사례들이었다.
세계가치설문조사(WVS)에 따르면 민주주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그 수가 전체인구에서 1998년 17%였으나, 2020년에는 30%로 증가했다. 한국 국회의 양대 정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번갈아 정권을 잡지만 그들에게 입으로만 ‘민중’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충견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아닌 선거 과두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매일 눈 앞에서 겪고 있지 않은가. 청맹과니들만 들떠 놀아날 뿐이다. 전 세계는 지금 극단으로 치닫는 생태적․사회적 위기 속에서 권위적 정권이나 포퓰리즘 정치가 지구촌 곳곳에서 득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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