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적막

대빈창 2011. 3. 14. 06:05

 

 

책이름 : 적막

지은이 : 박남준

펴낸곳 : 창비

 

시집으로서는 시인과의 첫 만남이다. 이 시집은 시인의 5번째 시집으로, 작년(2010년)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그 아저씨네 간이휴게실 아래'가 6번째 시집으로 최근작이다. 1984년 등단이후 여섯권의 시집을 냈으니, 평균 5년에 한권씩 펴낸 셈이다. 전업시인이면서도 '과작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친구 시인 함민복도 전업시인이면서 쉽게 시를 쓰지 않으니, 저자의 빈궁함을 나는 어렵지않게 머리속에 그릴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산문집 두권을 손에 넣었다. '새까만 그을음이 덕지덕지 들러붙고 맞은편 바람벽이 동굴처럼 휑 뚫려나간 부엌은 한낮에도 깊은 어둠이 또아리를 튼' 무덤같은 집이었던 전주 모악산의 산골 외딴집의 삶을 그린 '꽃이 진다 꽃이 핀다'와 '하루 종일 해가 드는' 지리산이 뒤를 둘러주고, 앞에는 맑은 섬진강이 흐르는 악양 동매마을의 삶을 그린 '박남준의 산방일기'다. '꽃이 진다 꽃이 핀다'는 2002년에 출간되었고, '박남준 산방일기'는 2007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시집은 2005년에 출간되었으니, 전주 모악산에서 지리산 악양으로 삶의 터자리를 옮긴 시기의 5년여의 시업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었고, 모두 56편의 시가 실렸다. 이 시집은 자연속에 은거하는 '시인의 생태적 상상력'과 사회현실에 대한 단호한 인식이 잘 드러났다. 시집에는 시인이 40대 후반에 처음 해외여행에 올라 밟아 본 명사산, 카파토키아, 두바이 등의 여행 시편도 실려있다. 나는 3부의 시편들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민중성과 서정성의 긴장을 유지하며 생태적 상상력'으로 시적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시집에서, 나는 아직 '민중성'에 방점을 찍고 싶다. '압록강에 배를 저어 나갔다'와 '외삼촌 찾으러 갈 테다'에서는 민족분단의 아픔을 노래하고, '따개비 일가붙이'에서 새만금 방조제의 반생명성을, '을숙도 그옛날 영화'는 철새 도래지의 파괴를 노래한 시인은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에 나선다. 또한 '바람과 돌들이 노래 부를 때까지'와 ' 그 섬, 오름 속에 일어선다'는 제주 4·3 항쟁의 슬픈 역사를 담아낸다. 시인은 현재 환경운동단체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시인의 생활방식은 '적게 쓰면 적게 벌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의 한달 생활비는 15만 - 20만원 정도이다. 여기서 관값으로 200만원만 통장에 남기고, 나머지는 복지시설에 후원한다. 그런데 시인은 왜 시집의 제목을 '적막'(寂寞)- 고요하고 쓸쓸함이라고 붙였을까. '요즘 사람들이 너무 속도로만 사니깐 적막도 느껴봤으면 싶어서'. 그렇다. 나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에게는 못 미치지만 나의 외딴 섬의 삶도 '한 적막(?)'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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