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대빈창 2011. 3. 21. 04:13

 

책이름 :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지은이 : 다카기 진자부로

옮긴이 : 김원식

펴낸곳 : 녹색평론사

 

청순미녀가 하얀 윈피스를 입은 채 푸른 잔듸밭에서 이어폰을 끼고, 환한 얼굴로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고 있다. 고려 청자의 비색같은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간다.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넘쳐 흐르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홍보광고다. 자막도 깨끗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푸른 하늘 푸른 에너지', '푸른 하늘과 사랑에 빠지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없는 깨끗한 에너지입니다' 지난 3월 11일 9.0 규모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다. 지진 발생 직후 진앙지 주변의 원전 10기가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1, 3, 2, 4호기 순으로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서 화재와 폭발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이번 사고는 핵발전 과정에서 원자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유출된 사고로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섬, 1980년 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으로 당대 최고의 핵기술을 자랑하던 국가들에서 터진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최고의 핵발전 기술과 안전 시스템으로 핵발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백만분의 일, 즉 영에 가깝다고 떠벌였다. 전세계에 운전중인 원자력발전소 상위 10개국중 한국은 5위로 현재 21기를 운영 중이고, 5기를 건설중이고, 2기를 준비중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건설·준비중인 7기외에도 10기가 더 추가로 필요하다. 핵발전소는 한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대규모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탈원전을 미래의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 잡고있다. 미국은 1979년 이후 단 1기의 핵발전소도 짖지않고 있고, 독일은 노후한 원전에 대한 운전연장 결정을 보류한 채 원전 7기의 가동을 멈추었고, 중국마저 원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는데 우리는 무슨 배포인가! 이땅에서 원자력은 석유의 대체에너지이고, 깨끗하며 안전하고 무한한 에너지로 미래 국가발전 동력으로 올인하고 있다. 도대체 미련한 것인가. 아니면 깡다귀(?)가 대단한 것인가. 탈원전 시대의 에너지 정책이란 간단하다. 에너지 절약을 지향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에너지는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정답이다. 왜 도시인들의 불야성에 쓰일 전기를 생산하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핵발전소를 한적한 시골에 지어야 하는가. 바로 핵발전소가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도시 한가운데 지으면 될 것 아닌가. 송전도 필요없어 그만큼 단가가 싸지지 않는가.

나의 책 읽는 습관은 절대 같은 책을 두번 잡지 않았다. 그런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일발의 상황를 지켜 보면서 나는 10년전에 잡은 책을 다시한번 빼 들었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민과학자로 살다 가신 다카키 진자부로(1938-2000)의 유언적 저서다. 저자는 핵발전소를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른다. 거기에 덧씌워진 9개의 신화 - 원자력은 무한하고, 석유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평화적으로 이용되고, 안전하면서 값싸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며, 깨끗하고 재생가능하면서, 마지막으로 일본의 원자력 기술은 뛰어나다는 것 - 에 대한 반박을 암과 투병하면서 혼신의 힘으로 써 내려간 반핵논리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00년 8월 1일에 출간되었는데, 그는 암으로 7월 초에 병원에 입원하여 10월 8일 영면했다. 글 말미에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가 실렸다. -애석하게도 나는 '원자력 최후의 날'을 살아서 보지 못하고 먼저 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만,(      ) 그렇지만 그것도 이제 시간문제일 것 입니다. 이미 모든 현실이 우리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일본은 아니 전세계는 진정한 시민과학자였던 다카기 진자부로의 진정어린 충고를 이제는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1년에 국민의 세금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인류를 상대로 하는 범죄행위로 간주되는 핵발전의 신화를 조작하고 있다.  그렇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찬핵 공익광고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재단을 출범시켜야 할 때다. 참고로 녹색평론사는 저자의 책 3권을 출간하였는데, 모두 아나키스트 김원식이 옮겼다. 2000년-시민과학자로 살다, 2001년-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2006년-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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