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털없는 원숭이
지은이 : 데즈먼드 모리스
옮긴이 : 김석희
펴낸곳 : 영언문화사
『털없는 원숭이』는 영국의 저명한 동물생태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 1928- )의 『The Naked Ape』를 옮겼다. 책은 반세기가 지난 1967년에 처음 나왔다. 2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000만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출판사가 생소했다. 우리나라에서 1991년 처음 번역되었고, 내가 잡은 책은 2001년 초판의 개정본이었다. 옮긴이가 반갑다.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번역가를 나는 오래전에 신춘문예 소설당선작으로 만났었다.
부제는 ‘동물학적 인간론’으로 인간을 동물학의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즉 ‘털없는 원숭이’는 바로 호모 사피엔스를 가리켰다. 인류의 진화 발전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동물적 특성이었다. 인간은 후천적인 학습․사회적 환경보다 동물적 충동에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인간의 기원과 섹스, 양육, 모험심, 싸움, 먹기, 몸 손질, 다른 동물과의 관계 등 8장으로 구성되었다. 동물생태학자는 인간의 행동과 문화적 의미를 분석하여 인간에 내장된 동물적 본성을 끄집어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살고 있다. 192종은 온 몸이 털로 덮였으나 유일하게 호모 사피엔스만이 털없는 원숭이였다. 8000만-5000만 년 전에 파충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 공간에 포유류가 진출하였고 3500만 년 - 2500만 년 전에 조상원숭이에서 진짜원숭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1500만 년 전 기후악화로 숲이 줄면서 털없는 원숭이 조상들은 숲을 떠나 땅 위에서 육식동물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의 동물적 본성을 바꾸려면 수백만 년의 세월과 또 그만큼의 자연도태라는 유전학적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표본 집단의 약 90%가 정식으로 짝을 짓게 되지만, 여자의 50%와 남자의 84%는 혼전 성교를 경험한다. 40세가 되면 결혼한 여자의 26%와 결혼한 남자의 50%가 혼외 성교를 경험한다. 우리 인간이 성교를 많이 하는 것은 자녀를 낳기 위해서가 아니라 짝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한 쌍의 암수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불룩 솟아오른 반구형 젖가슴은 통통한 엉덩이의, 뚜렷한 윤곽을 가진 입 주위의 빨간 입술은 선홍빛 음순의 복사판이다.
어머니의 80%가 왼팔에 아기를 눕히고 몸의 왼쪽에 아기를 껴안는 것은 심장이 몸 왼쪽에 있어, 심장고동 소리는 아기의 진정제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를 안아 준 어머니께 보답하고, 우리 곁에 계속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이 일도록 하는 신호가 미소다. 협동 활동사냥을 하면서 좀 더 정확하고 유익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어린 시절의 창의성과 호기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이 많아, 인류가 계속 진보하고 팽창할 수 있었다. 심각한 위험이 없는데도 원숭이 새끼가 계속 털에 매달리면 어미는 벌을 주었고, 새끼는 상황을 이해했으며 차츰 독립생활을 하게 된다. 뒷집 고양이 어미 노순이는 자꾸 달라붙는 새끼 흰순이를 야멸차게 앞발로 콕콕 쥐어박았다. 흰순이는 어리둥절했지만 혼자 떨어져 우리집에 마실을 왔다.
계급사회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특정지역에 대한 텃세권 장악을 위해서 싸움을 한다. 침팬지는 약한 손을 내밀어 우세한 침팬지를 달래는데 이는 오늘날 널리 퍼져있는 악수는 이 몸짓의 변형이다. 패자의 비굴한 몸짓을 보거나 줄행랑을 놓으면 승자는 공격을 멈추는데 오늘날처럼 공격거리가 멀어지면 복종의 몸짓도 도망치는 모습도 볼 수 없어 그 결과 어떤 동물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의 무차별 학살로 이어졌다.
남자들이 밖으로 싸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남자들끼리 떼를 지어 사냥하는 오랜 성향의 현대적 표현이다. 우리는 마치 아직도 사냥에 종사하고 있는 것처럼 정해진 식사 횟수를 고수하고 있다. 사교적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무의미하고 정중한 잡담, "날씨가 참 좋군요", "최근에 무슨 책을 읽으셨습니까"는 상대편을 만나 인사할 때의 미소를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원숭이나 유인원의 털손질을 대신하는 우리 인간의 대용품이다. 털손질을 받고 싶은 욕구는 특별한 상황을 요구하는데 미용실은 완벽한 해답이다.
염소․양․순록․소․돼지․야크․토끼․닭․거위․오리․뀡․호로호로새․메추라기․칠면조․뱀장어․잉어․개․고양이․족제비․알파파․꿀벌․누에․비둘기․샴 투어鬪魚․모르모트․흰쥐······.털없는 원숭이가 1만년 전부터 가축으로 사육하거나 이용한 동물들을 열거했다. 동물생태학자는 말했다. “흥미로운 동물들이 과거에 수없이 멸종했듯이,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조만간 우리는 사라질테고, 다른 동물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우리는 자신을 생물학적 표본으로 철저히 인식하고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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