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지은이 : 사이토 고헤이
옮긴이 : 김영현
펴낸곳 : 다다서재
에코백․텀블러 사용, 비닐봉지․페트병 사용 안하기, 이면지 재사용, 전기차로 인류는 생태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자본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그린 워시green wash에 너무도 간단히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행위는 양심의 가책을 벗게 해주어 현실의 위기에서 눈을 돌리는 면죄부였다.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 철학자 사이토 고헤이(齊藤 幸平, 1983- )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은 인류의 번영을 기반부터 무너뜨리는 주범이라는 것을 밝혔다.
부제가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참조하면서 인신세(人新世, Anthropocene)의 자본과 사회와 자연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새로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편집위원이었다. 사이토 고헤이는 『자본 1』이후 말년의 카를 마르크스(1818-1883)에서 답을 찾아냈다. 마르크스는 『자본 2』의 집필을 뒤로 미룬 채 생태학과 공동체 연구에 몰두했다. ‘생산력 지상주의’와 ‘유럽 중심주의’의 과거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운 사상에 이르렀다. 지구를 ‘커먼(common)'으로 삼아 민주주의적으로 관리하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순환형․정상형 경제였다. 극단적 소비의 자본주의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풍요의 ‘탈성장 코뮤니즘‘ 사회였다.
녹색성장(그린뉴딜)로 대표되는 주류적 흐름 ‘기후 케인스주의’는 재생에너지 등에 대규모 투자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토 고헤이는 SDGs(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와 그린 뉴딜을 현대판 '대중의 아편'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성장은 없다. 환경위기, 식량난․주거난, 양극화는 끊임없이 가치 증식을 꾀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도달한 결과였다. 신자유주의(자본주의 세계화) 체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과 그곳 주민들-글로벌 사우스Global Soyth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천연자원을 수탈하지 않으면 지금의 풍요로운 생활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빈곤층 38억명(세계 인구의 약 절반)의 총자산과 비슷한 부를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본가 26명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로 유지하면서 '기온 1.5도 미만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이산화탄소를 10%씩 줄여야한다. 경제 규모를 줄이지 않고서는 환경부하를 막을 수 없다. 2009년 환경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아홉 개 영역에 걸쳐 인류가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지구한계planetary boundaries를 밝혔다. 이미 네 개 영역에서 인류의 경제활동 때문에 지구한계를 넘어섰다.(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의 손실, 질소와 인의 순환, 토지 이용의 변화, 해양 산성화, 담수 소비량 증가, 오존층 파괴, 대기중 에어로졸 부하,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젊은 마르크스 철학자는 탈성장 코뮤니즘 구현으로 사용가치(유용성) 경제로 전환, 노동시간 단축, 획일적 분업 폐지, 생산과정 민주화, 필수노동 중시 등 5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냉전종결 직후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냉소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명의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경 재앙은 곧 자본주의의 위기로 미증유의 혼란을 몰고 올 것이다. 인신세人新世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인공물, 즉 부하와 모순이 지구를 뒤덮는 시대였다. 환경 문제는 결국 권력문제였다. 마르크스 연구의 최신 성과는 그가 말년에 도달한 사상 '탈성장 코뮤니즘'은, '인신세'를 뛰어넘기 위한 최선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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