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온 더 무브

대빈창 2024. 2. 14. 07:30

 

책이름 : 온 더 무브

지은이 : 올리버 색스

옮긴이 : 이민아

펴낸곳 : 알마

 

뇌신경학자․의사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2015)의 내가 잡은 아홉 번째 책은 자선전이었다. 책은 2017년 개정판으로, 표지그림은 ‘2016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최고영예상에 빛나는 이정호 화가가 특별히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표제 『온 더 무브On The Move』는 시인 친구 톰 건의(1929-2004)의 처음 읽은 詩였다. 탐험가, 모터사이클 속도광, 수영․스쿠버다이빙․역도에 꽂힌 몸짱, 마약중독자, 동성애자. 책은 올리버 색스가 살다 간 끝없는 모험, 중단 없이 나아가는 생의 뜨겁고 생생한 기록이었다.

‘온 더 무브’에서 ‘집’까지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열여덟 살 막내아들이 동성애자임을 눈치 챈 어머니는 “가증스럽구나.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라고 했다. 어머니는 1890년대에 태어나 정통파 유대인 교육을 받았다. 이 말은 평생 죄의식으로 그를 옥죄었다. 1950년대 잉글랜드의 동성애자는 변태 취급을 받았고 범죄행위자였다.  색스는 해부학 시험에서 꼴찌였으나, 인체해부학 시어도어 윌리엄스 장학금을 수상했다. 단답식 지적 시험은 젬병이었으나 에세이에 탁월한 그였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 50파운드는 블랙웰 서점으로 달려가 44파운드를 주고 12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을 구입했다.

스물일곱 살 생일날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군징집을 원치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대피령에 따라 18개월을 함께 보낸 마이클 형에게 조현병이 나타났다. 그는 애처로운 형한테서 벗어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 마운트시온병원 신경과 인턴 시절, 모터사이클 BMW R69로 대략 1만5000킬로미터의 미국․캐나다 일주여행을 떠났다가 바이크가 퍼져버리는 바람에 히치하이킹으로 되돌아왔다. 머슬비치 시절, 체지방과 함께 근육량을 늘리는 ‘벌크 업bulk up'으로 몸을 만들어 캘리포니아 스퀴드 기록 270킬로그램의 역기를 어깨에 올렸다.

UCLA(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레지던트 과정 시절, 금요일 일을 마치면 바이크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으로 향했다. 800킬로미터 거리, 최대한 속도를 올리면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허니문 1년간의 동거남 멜이 떠나자, 버림받은 느낌에 대한 보상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 토팡가캐니언 비포장 산길 꼭대기의 작은집을 세냈다. 주말이면 대마초, 나팔꽃, LSD로 떠나는 마약여행에 몰두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었다. 암페타민(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는 각성제)을 첨가한 대마초 한 대는,  필로폰으로 넘어갔고 그를 4년간 마약의 세계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온 더 무브』는 올리버 색스가 쓴 여러 권의 책과 자기 삶의 여러 측면을 되짚어보는 메타회고록이기도 했다. 6장 ‘깨어남’부터 마지막 장까지, 출간된 책과 부모, 이모, 친구, 동료, 작가, 과학자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편두통』, 『깨어남』,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목소리를 보았네』, 『화성의 인류학자』, 『색맹의 섬』, 『엉클 텅스텐』, 『오악사카 저널』, 『뮤지코필리아』, 『마음의 눈』, 『환각』까지. 이제 나는 군립도서관의 올리버 색스의 책 아홉 권을 모두 잡았다. 이전공사중이던  《작은도서관》이 재개관했다. 머지않아  『엉클 텅스텐』 도 나의 손에 들려질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모두 열여섯 권이었다. 어떻게든 나머지 책을 잡아야겠다.

과학철학자 장대익은 추천사에서 말했다. “비로소 그가 왜 그리 장애를 가진 환자일뿐인 사람들을 특별한 존재로 격상시켰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올리버 색스는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환자가 아닌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뇌염후증후군 환자들이 수 십년동안 병원에 방치되었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괌의 풍토병 리티코-보딕 환자들은 끝까지 가족과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갔다. 그는 비인간적인 현대의학에 분노했다. “몸이나 정신이 병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놓고 없는 척하며 살려는 우리 ‘문명’ 세계의 의학, 우리 사회의 관습은 얼마나 야만적인가?”(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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