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욕망의 진화

대빈창 2024. 2. 16. 07:30

 

책이름 : 욕망의 진화

지은이 : 데이비드 버스

옮긴이 : 전중환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근래 우리나라 최초의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저서 세 권을 잡았다. 당연히 책마다 제자는 스승을 내세웠다.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신생학문 진화심리학의 학문적 토대를 다진 학자였다.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는 1994년 첫 출간되어, 진화심리학을 알린 명저였다. 내가 읽은 책은 2007년 개정증보판이다.

부제가 ‘사랑․연애․섹스․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이었다.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쳐 성적으로 진화했다. 인간의 성욕, 성 심리의 본질 등 남녀관계가 빚어내는 수많은 성적 문제를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진화 역사의 산물로서 인간 심리의 다른 특성들을 조사했다. 50명의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5년이 넘는 기간, 호주에서 잠비아까지 6개 대륙과 5개의 섬의 37개 문화를 조사했다. 14세에서 70세에 이르기까지, 오지의 소수종족에서 대도시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1만4천명을 설문조사했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사이언스북스, 2007)에서 진화심리학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 행동이 어떠한 생물학적 기초를 갖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생물학과 인간 행동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이 만나서 생겨난 분야”라고 정의했다. 진화심리학의 주된 논의의 대상은 사랑, 연애, 섹스, 욕망의 성적인 부분이었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던 맥락이 오늘날 우리가 구사하는 전략이었다. 우리의 조상 여성은 체내 수정, 9개월 동안의 임신, 수유라는 짐을 짊어졌기 때문에 자원을 소유한 배우자를 선택해서 혜택을 추구했다. 나이든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선호는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수렵-채취 시대의 사냥에서 유래했다. 우리의 조상 남성들은 여성의 번식 가치를 알려주는 젊음과 건강을 단서로, 감지하는 기제를 진화시켰다. 우리의 성 심리는 조상 환경에서 번식과 생존에 매우 중요했던 단서들을 잘 포착하게 설계되어, 오늘날의 짝짓기 환경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했다.

여성들의 혼외정사는 지위가 높은 외간 남자로부터 우수한 유전자를 얻고 원래의 남편에게서 물질적인 투자를 받아내는 전략이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는 정서적 요소는 일체 생략된 채 여성의 육체와 체위에만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여성의 성적 판타지는 대개 잘사는 상대를 등장시켰다. 조상 여성들은 높은 지위의 배우자를 희망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지위를 얻고 과시하려는 강한 동기가 진화했다. 남성들은 젊고 건강한 배우자를 희망했기 때문에 여성들에서는 젊고 건강하게 보이려는 동기가 진화했다.

인간은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인간 특유의 여러 전략들을 진화시켰다. 여성의 질투는 배우자의 투자가 다른 여성에게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촉발되는 반면, 남성의 질투는 배우자가 다른 남성에게 성적 혜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주로 촉발된다. 헌신하거나 몰두하는 일없이 찰나적인 성관계만 맺으려하는 남성은, 여성을 화나고 불편하게 만든다. 오랜 기간 투자를 유도하고 성 관계를 거절하는 여성도, 남성을 화나고 불쾌하게 만든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임과 부정이 이혼을 불러오는 흔한 사유가 된 데는 장기적 짝짓기의 진화적 존재 이유인 번식 자원을 후대에 남기는 데 실패한 데서 온 것이다. 아내가 남편을 호위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강도는 남편의 나이와 무관하지만 남편들이 아내를 호위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아내의 나이에 따라 달라졌다. 남녀는 감정적 교류없이 하룻밤 정사를 즐기려는 성향,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 성적 판타지의 속성 등에서 서로 달랐다.

오르가슴은 어떤 남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키게 할지 고르는 배우자 선택 도구로서 기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그 남자가 반드시 남편일 필요는 없다. 여성이 건강하고 면역 능력이 뛰어난 남성에게 끌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수한 유전자를 자식들에게 전해 줄 방편이었다. 남성은 여성의 미소를 잘못 읽어 성적 착취로 한걸음 나아갔다. 여성은 남성의 헌신 신호에 회의적으로 반응하여 성적 희생물이 되는 것을 피했다.

표지그림에서 남자는 화려한 공작의 깃털을 달았다. 생물진화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화려한 공작 수컷들이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전적 특질을 남겼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생존의 이득이 아닌 번식의 이득을 위해 어떤 형질이 선택돼 진화하는 현상을 성 선택(sexual selection)이라고 한다. 책은 성적으로 진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거리낌없이 분석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드워드 호퍼,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다  (61) 2024.02.20
낫이라는 칼  (59) 2024.02.19
그림자의 위로  (52) 2024.02.15
온 더 무브  (53) 2024.02.14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56)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