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십일월 첫날 오후 두 시의 텃밭이다. 작은 형이 오랜만에 섬에 들어오셨다. 이른 점심을 먹고 형제는 텃밭으로 나섰다. 한 두둑에 가축퇴비 두 포를 넣고 세 두둑을 삽으로 일렀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고무래로 평탄작업을 했다. 다음날 나는 뭍에 나갔다. 3주 만에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했고, 보건지소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들렀다. 오던 길에 농약사에서 양파 두 판을 샀다. 170공 짜리 한 판이 만원이었다. 섬에 돌아와 어머니께 양파묘 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씀드렸더니, 차라리 사먹는 것이 낫겠다고 우스개를 하셨다.
동절기로 배시간이 바뀌면서 오후 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빈 시간이 많았다. 석모도 어류정항 앞마다가 마주 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내일 새벽부터 비소식이 있었다. 작은 형께 전화했다. 하는 데까지 마늘 종구를 심으시라고. 섬에 돌아오니 일손이 빠른 형은 양파 두둑에 비닐멀칭을 했다. 마늘 두 두둑에 종구를 묻고, 짚을 깔고 있었다. 열흘 전 나는 가을추수가 끝난 대빈창 들녘의 빈논에서 큰 마대자루로 네 포대 썬 짚을 날라 왔다. 마늘 두둑에 부직포를 덮고 일을 마쳤다.
마늘 종구가 하나같이 곯았다. 마늘을 수확하고 씨알 굵은 놈들로 두 접을 묶어 뒤란 처마 밑에 매달아었다. 줄기를 가위로 잘라 그물망에 넣어 둔 식용마늘로 씨마늘을 대신했다. 올해 너무 비가 잦은데 원인이 있었다. 내년부터 씨마늘도 줄기째 햇빛에 말린 뒤 처마에 매달아야겠다. 십일월 사흘째, 작은형이 아침배로 섬을 나갔다. 입동이 하루 지난 9일부터 김장 담그기로 날을 잡았다. 작은 형을 배터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나는 양파 두 판을 심었다. 십일월 나흘째,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덮었다. 지난겨울, 노지에서 예쁘게 자라던 양파가 얼어 죽었다.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농사꾼은 없다. 오늘 뒷집 형수가 생새우를 가져 올 것이다. 김장용 생새우는 날이 차면 그물에 들었다. 어머니는 벌써 김장에 들어 갈 마늘과 생강을 다져 놓으셨다.
“입동立冬 추위는 영락없단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올 십일월은 모기가 판 칠만큼 기온이 높은 날이 계속되었다. 일요일부터 비소식이 있었다. 비가 내린 후 기온은 급강하할 것이다. 입동추위였다. 추위를 재촉하는 비였다. 올 김장담그기는 한결 수월할 것이다. 작년 김장 담그기는 혼자 애를 쓰느라 진이 다 빠졌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혼자 하는 농사일은 곱절이나 힘이 들었다. 형제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하는 일이 진전도 빠르고 싫증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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