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겨울 텃밭의 배추

대빈창 2023. 12. 18. 07:30

 

절기는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김장채소로 무와 알타리를 파종했습니다. 배추 포트묘와 쪽파 종구를 이식했습니다. 입동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김장을 담갔습니다. 벌써 한 달 열흘이 흘러갔습니다. 뜬금없이 겨울 텃밭의 배추 포기가 푸른빛이 청청합니다.

그만큼 올 겨울은 온화했습니다. 영하의 날씨는커녕 진눈깨비 몇 송이 날린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세 두둑은 월동작물입니다. 붙은 두 두둑은 마늘이고, 외떨어진 두둑은 양파입니다. 배추 표트묘는 72공 짜리 1.5판을 이식했습니다. 검정비닐로 멀칭한 밭에 90여 포기를 심고, 노지에 30여 포기를 심었습니다. 어머니가 김장 때 말하셨습니다.

 

“땅에 심긴 배추는 그냥 놔둬라”

 

엊그제 밤낮으로 36mm의 겨울비가 쏟아졌습니다. 강추위를 몰고 오는 비였습니다. 섬 날씨는 비가 오거나 날이 차지면 바람이 일었습니다. 영락없이 주말 아침부터 배편이 결항되었습니다. 나는 겨울 텃밭의 배추 포기를 뿌리째 뽑아 보일러실과 벽을 사이에 둔 봉당에 갈무리하였습니다. 일기예보는 주말 밤에 영하 13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무가 0도, 배추는 영하 8도가 어는점입니다. 골판지 박스에 담긴 배추는 모두 15포기였습니다.

어머니는 배추 한 포기를 손질하여 국을 끓였습니다. 된장을 푼 배추국은 추위가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의 별미였습니다. 당신은 노지에 심은 배추를 겨울 식탁의 배추국으로 끓이겠다고 방치(?)한 것입니다.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고, 나는 배추를 뽑았습니다. 며칠 강추위가 계속되면 한강이 얼어붙을 것이고, 강화바다로 유빙이 떠내려올 것입니다. 강화도행 배편은 결항될 것이고, 서해의 작은 섬 주민들은 고립될 것입니다. 대빈창 해변 갯벌에 죽세기가 쌓였습니다.  일 년 만에 걸음을 되찾은 어머니는 해가 바뀌면 텃밭 김매기에 다시 나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