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깻잎 투쟁기

대빈창 2024. 3. 26. 07:00

 

책이름 : 깻잎 투쟁기

지은이 : 우춘희

펴낸곳 : 교양인

 

『깻잎 투쟁기』의 부제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이었다. 이주인권 활동가․목사 우춘희는 4년여 동안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농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치열한 기록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이 땅의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임금체불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인 이주노동자, 무방비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노동자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와 법, 극심한 인종차별······.

책은 7장에 나뉘어 18편의 글을 담았다. 1․2장은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이야기했다. 2020년 12월 20일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한파주의보 속에 난방도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가설건축물 속에서 죽었다. 그녀는 4년여 동안 경기 포천의 채소농장에서 일하다 고국행 프놈펜 비행기표를 끊었고 가족을 만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주노동자의 69, 6퍼센트가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샌드위치 패널), 비닐하우스내 시설에 살았다. 캄보디아 여성 썸낭(가명, 20대)의 기숙사는 농수로위 컨테이너로 좁은 공간에 두 사람이 살면서 56만원을 냈다. 스물두 살의 캄보디아 여성 쓰레이응(가명)은 2016년 8월부터 2020년 2월가지 하루 10시간,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3년7개월 동안 받은 임금이 950만원이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6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이다. 깻잎 따는 이주노동자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5천장을 딸 수 있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 2020년 임금체불을 신고한 노동자 수는 31,998명이었고, 임금체불 금액은 1287억원이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을 당하면 불안정한 체류 위치 때문에 문제제기보다 사업장을 떠났다. 신고하지 못한 임금체불 금액까지 더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3장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캄보디아인들의 애처로운 사연을 담았다. 캄보디아는 2007년부터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 국가로 선정되어, 한해 보통 6천-8천명을 한국으로 보냈다. 자격요건인 한국어능력시험의 응시 인원이 2014년부터 5만명을 넘어섰다. 2004년에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한국 사업장에 ‘젊은’ 이주노동자가 단기로 와서 빈자리를 채우는 단기 순환 노동이주 정책이었다. 4장은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자리잡은 이후의 달라진 농촌 환경을 말했다. ‘깻잎’ 농사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일로 인건비가 싼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고추․배추같은 작물을 재배하다 깻잎으로 바꾼 고용주가 많아진 농촌현실은 이주노동자라는 ‘인력’이 만들어낸 새로운 변화였다.

5장은 농업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 당하는 악무한적인 현실을 이야기했다. 악질 고용주는 이주노동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여권․통장을 압수했다. 몇 달 치 월급을 일부러 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밀린 월급이 아까워 사업장에 남는 것을 노렸다. 더구나 미등록 노동자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임금 체불을 신고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사업주도 있었다. 6․7장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성폭력․건강권 문제를 다루었다.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니어리(가명, 20대)씨는 경기 이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다 한국 남성 사업주의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이주인권단체로 몸만 피했다.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 의무가입되어 한달 건강보험료가 2022년 기준 12-13만원이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쉬기 때문에 병원은 한 번도 가지 못하고, 몸이 아프면 고용주에게 부탁해 약을 사먹는 것이 전부였다.

2020년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한국사회에 약 39만명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음식점에서 사 먹는 반찬과 식품들은 이주민의 손을 거쳐 온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 살아가고 있었다. 한국인만 먹는다는 깻잎은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고된 노동의 산물이었다. 우리들의 밥상에 그들의 눈물이 얼룩져있었다. “이주노동자의 삶은 ‘영원히 일시적인(permanently temporary)' 상태이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와서 일을 하지만 여기에서 정착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정해진 기간이 다 되어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빈자리를 다른 노동자가 와서 채운다.”(127쪽) 마지막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의 일부분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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