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대빈창 2024. 4. 3. 07:00

 

책이름 :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지은이 : 나오미 클라인

옮긴이 : 김소희

펴낸곳 : 모비딕북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미래가 불타고 있다』 / 『NO LOGO 』

 

내가 그동안 잡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54)의 책들이다. 2007년에 출간된 『쇼크 독트린: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가 빠져 아쉬웠다. 다행스럽게 2021년 최신 버전이 출간되었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책을 뒤늦게 발견하고 나는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손에 든 700여 쪽 부피의 양장본은 묵직했다.

책의 구성은 서론, 7부에 나뉘어 21편의 글, 결론과 부록으로 영국 〈가디언〉편집장 캐서린 바이어와의 인터뷰 「우리는 결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된다」가 실렸다. 팬데믹, 전쟁, 쿠데타, 테러, 주가폭락, 쓰나미, 허리케인 등 재난은 가난한 자들에게 절망이지만, 자본가에게 기회이자 돈이었다. 복구 과정이 수요를 창출했다. 기업들은 재난을 틈타 공공 영역에 기습적으로 침투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 시대가 탄생했다.

책은 지난 50여 년 간 전 세계 재난 현장을 흽 쓴 ‘재난 자본주의의’의 맨 얼굴을 까발렸다. 시카고학파의 수장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없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충격과 공포’를 전파한 ‘쇼크 요법’의 창시자였다. 신자유주의는 극단적 자유방임주의 체제였다. 칠레 국민이 선택한 인민전선의 아옌데를, 피노체트는 CIA의 사주를 받아 쿠데타를 일으켰다. 프리드먼은 독재자 피노체트의 자문으로 일하면서 대규모 충격이나 공포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았다. 칠레 쿠데타는 시카고학파가 출현한 글로벌 반혁명의 첫 승리였다. 남미경제학자들은 시카고보이스였다. 경찰․군대의 고문으로 점철된 남미 공포정치의 희생자는 공장, 농장, 빈민자, 대학교의 비폭력운동가가 대분이었다. 1974년 칠레의 인플레이션은 375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아엔데 정권의 최고 수준보다 두 배나 높았다.

포틀랜드 전쟁은 다 죽어가던 영국 보수당 대처를 기사회생시켰다. 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광산노조를 와해시키고 996명을 해고한 것이 1985년이었다. 도널드 레이건은 취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항공교통 통제관들의 파업에 즉각 1만 1,400여명을 해고했다. 1980년대 프리먼주의의 개시는 신자유주의 민낯을 드러냈다. 볼리비아의 파스는 선거를 통한 정권이 극단적 쇼크요법을 실시하려면 민주제도에 충격을 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시카고 경제학파가 장악한 IMF와 세계은행은 1980년대 초반의 절박한 개도국들에게 채무탕감과 긴급차관 조건으로 쇼크요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IMF는 바웬사가 이끄는 폴란드 자유노조에 쇼크요법을 강요했다. 폴란드는 정치․경제 붕괴로 인한 집단적 공포로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1990년 2월 11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가 27년 만에 석방되었다. 94년 선거에서 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정권을 잡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해체에 나섰다. 하지만 시카고학파의 정실을 따르는 글로벌 시장의 변덕스러운 환경에, 그들은 포로가 되었다. 베트남과 중국의 공산주의자들도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톈안문 사태는 민주주의가 자유시장 계획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국민들을 탱크로 공격한 것이다. 엘친과 시카고보이는 러시아에서 값나는 것은 전부 강탈했다. 한 달에 20억 달러씩 해외로 막대한 이윤을 이전했다. 쇼크요법 이전의 러시아는 백만장자가 없었다. 2003년 러시아에서는 억만장자가 「포브스」에 17명이나 실렸다. 쇼크요법이 전면적으로 실시된 1992년에서 2006년까지 러시아 인구는 660만 명이 줄었다.

한국의 TV는 금을 기부하라는 대규모 저질 게임쇼를 벌였다. 세계 금값을 움직일 수 있는 200톤의 금이 모였다. 하지만 한국의 환율은 계속 하락했다. 중소기업 수천 개가 문을 닫았고, 한국의 자살율은 1998년 50퍼센트 상승했다. IMF는 한국의 해고 인원도 정해주었다. 차관을 얻으려면 은행 분야 노동력을 50퍼센트 줄여야했다. IMF는 주요 대선후보 4명에게 문서로 규칙준수를 맹세하게 했다. 시카고학파가 이끄는 IMF는 주권국가인 한국정치 과정에 개입했다. 매달 노동자 30만 명이 해고되었다. 1999년 실업률은 2년 사이에 3배나 늘었다.

부시와 시카고학파는 9․11테러로 대중이 정신을 못 차릴 때 쇼크요법을 실시했다. 국가에 퍼진 공포를 즉각 이용했다. 전투부터 재난구조까지 모든 것을 영리추구 사업으로 공동空洞 정부를 추진했다. 미국은 유엔의 무기 사찰로 사실상 와해된 이라크를 선택했다. 전쟁을 통해 시장을 창설하고, 미국회사에 일을 맡겼다.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그들의 이익을 지켜주었다. 점령이후 3년 반동안 대략 6만1,500명의 이라크인들이 체포되어 미군에 의해 투옥되었고 악랄한 고문에 시달렸다. 블랙파워와 민간보안 업체들은 700명 이상의 칠레 군인들을 고용했다. 그들 상당수는 피노체트 치하의 특수부대 작전군인들이었다.

2004년 12월 26일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쓰나미가 닥쳐 25만 명이 사망하고, 250만명의 재해민이 발생했다. 1998년 10월 일주일 내내 허리케인 미치가 중앙아메리카를 할퀴었다. 9,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쓰나미와 폭풍은 해변 정화에 효율적이었다. 수년 동안 못했던 주민 퇴출과 고급 주택화 과정이 불과 수일 내지 수주일 내에 진해되었다. 쓰나미 원조자금은 가난한 거주민들은 구경도 할 수 없었고 임시캠프는 총을 든 군인들이 감시했다. 반면 호텔들은 개발 인센티브를 받았다. 카트리나가 닥치자 뉴올리안스의 가난한 12만 명은 차편도 없이, 오지도 않는 국가의 구조를 기다렸다.

시카고학파 운동이 승리를 거둔 곳은 인구의 25-60퍼센트가 만성적 하류계층으로 떨어졌다. 그들의 목적은 경제창출이 아니라 부자들을 초특급 부자로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처분가능한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35년 동안 산티아고부터 모스크바, 베이징, 뉴욕, 뉴올리안스, 이라크, 아시아의 개도국, 폴란드, 태평양 몰디브에 이르기까지 재계소수 엘리트의 우파정부, 마피아자본주의, 과두재벌 자본주의, 부시의 정실자본주의는 민영화, 탈규제화 노조박멸 세가지 강박관념의 시카고학파 운동이 이끄는 세상이었다. 시카고학파의 실험 자체가 ‘자유사기지대’였다. 칠레의 피라냐, 아르헨티나의 패거리자본주의, 러시아의 과두재벌, 엔존사의 에너지 사기 등 끝이 없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46) 2024.04.05
마린을 찾아서  (44) 2024.04.04
인간다움의 순간들  (46) 2024.04.02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47) 2024.03.29
측광  (50) 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