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지은이 : 김신용
펴낸곳 : 걷는사람
시인 김신용(金信龍, 1945 - )은 1988년 시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 창간호에 「양동시편―뼉다귀집」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 시인선 아홉 번째로 출간된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는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첫시집, 두 번째 시집 『버려진 사람들』(포엠포엠, 2015), 『개같은 날들의 기록』(시인동네, 2015)을 개정판을 통해 만났다.
시인은 말했다. ‘적滴 연작은 떨어짐이 빚어내는 무수한 이미지들의 변주’로 이루어졌다. 4부에 나뉘어 모두 43편이 실렸는데, 적(滴, 물방울)에 대한 연작시였다. 문학평론가 이병국은 해설 「감각적 응시의 표면장력」에서 말했다. ‘존재의 목 뒷덜미를 향해 떨어지는 물방울의 감각으로,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표면장력의 긴장으로 경험적 세계의 저 기만적 사실들을 증거하며 우리가 우리의 심연을 어떻게 탐색하고 확장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136쪽)주었다.
표제는 「비의 가시―적滴 21」(56-58쪽)의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었다 아니야······ 때론 / 비는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마치 허공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듯 / 사람의 몸속에도 내려······ 그리고 비는····· 그 사람의 몸속에’ 구절에서 따왔다. 시집을 닫는 시 「마른멸치―적滴 43」은 마른멸치 사진 밑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화가 윤명로에게 보낸 편지, ‘제발 이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 주세요’ 한 행行 뿐이었다. 마지막은 「비꽃―적滴 8」(27쪽)의 전문이다.
물방울은 꽃을 피운다 / 비꽃이다 /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 문득 손등에 떨어졌을 때 / 거기 맺히는 물의 꽃잎들 / 무채색 비꽃을 보는 눈은 탄성으로 물든다 / 비꽃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 꽃 한 송이 / 오늘, 이 꽃을 누구에게 건네줄까? / 상상하는 순간의 / 이 번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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