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마이크로 코스모스

대빈창 2024. 4. 25. 07:00

 

책이름 : 마이크로 코스모스

지은이 :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옮긴이 : 홍욱희

펴낸곳 : (주)범양사출판부

 

『마이크로 코스모스MICRO-COSMOS』는 생명 탄생의 공로와 진화의 찬사를 미생물에게 돌려주었다. 그동안 진화사의 주연으로 자처하던 인간에게서 자연으로 넘겨준 것이다. 책은 생물진화사를 다윈의 『종의 기원』보다 40억 년 전으로 끌어올렸다. 공동저자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와 과학전문 저술가 도리언 세이건(Dorion Sagan)은 모자 관계였다. 지난 40억년 동안 지구에서의 생명역사는 미생물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들은 생명역사의 6분의 5를 차지한 반면, 인간이 남긴 발자취는 0.03퍼센트였다.

인간의 몸은 1만조兆의 동물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약 십만조十萬兆의 박테리아 세포를 지니고 있다. 35억 년 전에 출현한 박테리아는 모든 생물의 궁극적인 조상이 되는 생명체. 짚신벌레부터 인류에 이르는 모든 생물들의 계속되는 진화는, 미생물들이 교묘하게 조직된 정교한 집합체. 우리 몸 건체량乾體量 10퍼센트 이상이 박테리아로 이루어져 있다. 박테리아 존재 없이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 공존共存은 진화 그 자체였다. 우리의 내장 속에서 비타민 B₁₂를 생산하던 미생물들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세포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인간은 수십억 년의 시간을 통하여 이룩된 강력한 박테리아 집단들에서 형성된 재조합적 존재. 지구상에 처음 생명체의 기원이 출현한 것은 태고대 太古代의 약 39억 년 전에서 25억 년 전까지 기간. 탄소․수소․질소․산소․인燐․황 6가지 원소는 오늘날 모든 생물들의 건체량 99퍼센트를 차지. 이들 원소들의 구성 비율, 아미노산의 유전물질의 비율, 세포 내부 거대 단백질과 DNA의 분포 등은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들에서 거의 비슷하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종의 99.99퍼센트는 지상에서 사라졌지만 전체로서의 생물군은 30억년 이상을 존재했다. 생물군의 중추적인 구성원은 셀 수없이 많고 끊임없이 진화는 미생물체이다. 박테리아가 무한정 번식을 계속하면 나흘 동안에 2²⁸⁸개로, 물리학자들이 계산하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양자의 합 약 2²⁶⁶ 또는 소미립자(퀴크)의 합보다 훨씬 많다. 광합성은 지구 생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대사의 변혁으로 식물이 아닌 박테리아에서 먼저 발생.

선례先例가 없는 진화의 대혁명은, 남조 박테리아가 태양빛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 물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 번식과 돌연변이의 유전인자의 교환으로 어떤 박테리아들은 산소를 생산하고, 어떤 종류는 이를 이용함으로써 전지구적으로 산소 농도의 균형을 유지. 독립적인 원핵세포들이 다른 원핵세포들 속으로 들어간, 협동진화의 박테리아 군집들은 상호의존하는 안정된 생명체 즉 원생동물. 미토콘드리아는 큰 박테리아의 세포 내부로 들어가서 공생생활을 영위하는 박테리아의 일원.

프로클로론은 박테리아 구조를 가지면서 식물체의 생리적 특성을 함께 지닌 공생의 역사에 나타나는 ‘잃어버린 고리’. 약 20억 년 전에 나타난 스피로헤타의 합병은 미생물우주를 크게 변화시켜, 새로운 이동성의 진핵세포 등장. 식물들이 건조에 견딜 수 있고 리그닌을 생성하여 육상 세계에 적응하게 된 데는 미생물과의 공생작용에 크게 힘입었다. 생물 역사의 80퍼센트는 미생물의 역사.

우리는 약 20억 년 전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될 때 출현한 산소를 사용하여 물질대사를 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여러 박테리아들로 구성된 재조합물에 불과. 인류가 진화되기까지 단지 수백 만 년의 시간이 소요, 유인원類人猿이 멸망해도 미생물우주는 신경조직이라든지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사지四肢 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자산을 지니고 있어 조만간 그러한 재능과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다.

표지그림의 녹색 미생물(김영사, 2011)을 떠올리며 책을 검색했다. 의아하게 〈보존자료실〉에 책이 비치되어 직원에게 쪽지를 건넸다. 내 손에 건네진 책은 정말 오래 묵은 책이었다. 책의 존재 자체가 신기했다. 발행일 1987. 8.31 / 정가 3,500원 / (주)범양사출판부. 뒷표지 면지에 book card가 종이주머니에 들어있다. 96․98년 두 번 대출과 반납이 있었다. 책술은 낙엽처럼 누렇게 변색되었다. 글자는 작고, 행간은 좁아 눈이 시었다.  책을 펼치며 나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부제가 ‘40억년의 미생물 진화’였다. 출간된 지 40년 된 책은 그 시간에 비하면 찰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