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태백산맥은 없다
지은이 : 조석필
펴낸곳 : 도서출판 사람과山
산악인․의사 조석필(1953- )은 〈산경표山經表〉를 산악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비로 『산경표를 위하여』를 1993. 11.에 찍어냈다. 입소문을 타고 번져갔다. 그는 좀 더 쉽게,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증보판 『태백산맥은 없다』를 1997. 4.에 펴냈다. 내가 먼지를 털어내고 두 번째 잡은 책은 2001. 1. 4쇄 판이었다. 2012. 5. 재출간본이 나왔다. 현재 모두 품절상태였다. 표제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표지사진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잡은 천왕봉 일대의 아침 풍경이었다. 부록으로 지도 2장이 딸려왔다. 〈산경도/남한의 산줄기〉, 〈우리나라 산줄기 백지도/大東輿地全圖〉. 책은 총론 1장 ‘산경표란 무엇인가’ 12꼭지, 전통지리학의 핵심․지형의 원리 2장 ‘산의 원리 물의 원리’ 11꼭지, 산맥지리학의 왜곡을 다룬 3장 ‘산맥이란 무엇인가’ 8꼭지, 책의 무게중심 4장 ‘한국학의 바른 잣대 산경표’ 14꼭지, 5장 ‘대동여지도와 산경표’ 8꼭지, 6장 ‘우리나라의 15 산줄기’ 6꼭지로 구성되었다. 그림은 48점, 도판․지도․표가 모두 75점이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산맥 체계는 일본 지리학자 고또 분지로(小藤文次郞)가 1903년 제안했던 지질학 연구 논문을 그대로 수용, 산맥도는 땅 속의 지질구조를 기준으로 그린 지도. 〈산경표山經表〉는 실학자․지리학자 여암 신경준이 이 땅의 산과 강을 있는 그대로 그린 지도로 우리 전래의 지리인식,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기둥으로 나라 땅을 인식.
장백정간長白正幹―백두대간白頭大幹―낙남정맥洛南正脈으로 이어지는 선이 나라의 최장 산줄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도상거리 1,625㎞로 백두대간은 이 땅의 모든 물줄기를 동류와 서류로 갈라놓는 근골筋骨. 필자가 정리한 ‘1대간, 1정간, 13정맥’ 산줄기의 시작과 끝이다. 백두대간: 백두산―지리산, 장백정간: 원산―두만강구 서수라곶, 낙남정맥: 지리산 영신봉―낙동강하구 분산, 청북정맥: 웅어수산―신의주 남쪽 압록강구 미곶산, 청남정맥: 웅어수산―대동강하구 광량진, 해서정맥: 화개산―서해의 장산곶, 임진북예성남정맥: 화개산―개성 남산 진봉산, 한북정맥: 백봉―파주 교하 장명산, 낙동정맥: 매봉산―다대포 몰운대, 한남금북정맥: 속리산―칠현산, 한남정맥: 칠현산―문수산, 금북정맥: 칠현산―안흥진, 금남호남정맥: 영취산―부귀산, 금남정맥: 주즐산―조룡대, 호남정맥: 주즐산―망덕산.
역사, 민족, 언어, 음악, 건축, 음식, 도로, 기후, 풍습...... 한국학韓國學의 모든 연구분류 성과는 근본적으로 지리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의 한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의 선, 다시 말해 산맥을 기준으로 한 연구였다. 금남호남정맥이 백두대간에서 분지하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知止里는 해발 600미터의 하늘아래 첫 동네였다. 섬진강 지류 요천의 발원지였다. 직선거리로 장수읍(금강 유역)에서 8㎞, 함양읍(낙동강 유역)에서 15㎞, 남원(섬진강 유역)에서 25㎞ 떨어져있다. 하지만 지지리의 생활권은 남원이었다. 함양은 백두대간이, 장수는 금남호남정맥이 가로막았다. 남원은 직선거리로 가장 멀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없다. 공통의 생활권을 정의하는 것은 공통의 물길이고, 그것을 구획하는 것은 대간과 정맥이었다.
산경표의 원리는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이다. 옛지도는 그리기 쉬운 물줄기부터 그렸고, 나머지 빈 공간은 저절로 산줄기가 되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1804?-1866)는 말했다. “물줄기의 시작과 이들이 모이는 합수점을 감안하여 봉우리와 산줄기의 기슭을 분별한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나무에 새긴 목판본으로 목판 한 장(40㎝x30㎝)에 2면을 새겼으며, 목판의 개수는 126장이다. 크기는 A4용지(20㎝x30㎝) 227면으로, 책 한 권 분량이다. 가로 4미터, 세로 8미터로 교실 한 칸 크기다. 대동여지도는 고을 이름 및 위치, 고을 사이의 거리, 모든 국가시설물, 산성 및 고현古縣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모든 정보를 자세히 표시하기 위해 만든 행정․군사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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