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젠더

대빈창 2024. 6. 21. 07:00

 

책이름 : 젠더

지은이 : 이반 일리치

옮긴이 : 허택

펴낸곳 : 사월의책

 

『젠더』는 ‘이반 일리치 전집’의 3차분으로 『H₂O와 망각의 강』과 함께 2020년 7월에 출간되었다. 나의 찬찬치 못한 덜렁거림은 독서 순서가 뒤바뀌었다. 다음에 뭍에 나가면 전집 2차분 두 권을 대여해야겠다. 나의 뇌리에 ‘이반 일리치’가 언제 들어왔을까. 『녹색평론』의 전 발행인・편집인이었던 생태사상가 故 김종철(金鍾哲, 1947-2020) 선생이 이끌던 ‘이반 일리치 읽기 모임’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서였을까.

아무튼 정기구독․ 후원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생태담론 계간지 『녹색평론』일 것이 분명했다. 책 말미의 해설을 쓴 성서신학자 박경미의 「“하느님이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창세기1:27)」는 『녹색평론』 제133호(2013. 11/12월)에 실린 리뷰를 수정한 글이었다. 선생이 살아계실 적 『녹색평론』에서 ‘이반 일리치 전집’을 간행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세월이 흘렀고, 고맙게도 도서출판 《사월의책》에서 총 아홉 권의 전집을 출간할 것이다.

군립도서관에 1차분 두 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나는 2․3․4차분 다섯 권을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이제 손에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은 『그림자 노동』, 『전문가들의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깨달음의 혁명』, 『젠더』,   『H₂O와 망각의 강』, 『학교 없는 사회』 일곱 권이었다. 앞으로 『의료의 한계』, 『공생공락의 도구』 두 권이 더 출간될 것이다. 이 땅에서 일리치의 저작이 번역되어 나온 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책들은 절판되거나 품절 상태였다. 내가 읽은 책은 박홍규 선생이 옮긴 『학교 없는 사회』(생각의나무, 2008)와 야마모토 데츠치의 『이반 일리치 문명을 넘어선 사상』(리즈앤북, 2020) 뿐이었다.

‘급진적 사상가’, ‘위대한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년)는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학에서 신학․철학․역사학을 공부했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교황청의 직이 예정되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 빈민가 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인 교구에서 보좌신부로 일했다. 1956년 서른 살에 푸에르토리코 가톨릭 대학 부종장이 되었다. 1961-76년에 멕시코 쿠에르나바키에에 대안 대학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CIDOC〉를 설립했다. 교회 비판으로 인한 교황청과의 마찰로 1969년 스스로 사제직을 벗었다. 이후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가했다. 사회․경제․역사․철학․언어․여성 문제 등 다방면에 깊은 통찰을 남겼다.

‘산업사회는 두 가지 신화를 창조했다. 하나는 이 사회의 성적 계보에 관한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사회가 평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화이다.’(15쪽) 책의 시작 부분이다. 『젠더』는 경제성장과 관련된 모든 기획이 어떻게 전 세계의 토박이 젠더를 파괴했으며, 어떻게 경제적 성을 착취해 왔는지를 설명했다. 여성에 대한 경제적 격리apartheid와 억압을 분석했다. 이반 일리치는 성차별주의에 맞선 저항은 환경 파괴를 줄이는 운동과, 필요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의 근본적 독점에 도전하는 운동과 만나야한다고 말했다. 경제 영역의 축소가 이 모든 운동들의 공통된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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