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H₂O와 망각의 강
지은이 : 이반 일리치
옮긴이 : 안희곤
펴낸곳 : 사월의책
책을 열면, 미국 댈러스시 인공호수 건설을 둘러싼 논쟁에서, 현대의 물과 과거의 물에 대한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회고하며 시작된다. 『H₂O와 망각의 강』은 근대의 물질 H₂O에 휩쓸려간 물과 꿈에 대한 보고서였다. 이반 일리치는 물과 공간의 역사를 통해 ‘근대성’의 기원을 밝혔다.
1장 ‘물질들의 역사’. 쿠르베는 〈세상의 기원〉을 통해 여성을 놀라운 특이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 가스통 바슐라르의 『물의 꿈』은 ‘질료’들을 분석한 에세이 가운데 하나. 17세기 멕시코 시인 산도발 사바타의 詩 「태초의 물질에게」. 거주 장소로서 꿈을 꾸는 도시가 되려면 어떤 물이 필요한가? 도시공간의 세 가지 유형-샘에서 나는 물, 배관 속을 흐르는 물, 순환되는 물.
2장 ‘공간’. 그리스 신화 미스켈로스의 이탈리아 남부 도시 크로톤 창건. 한 지역이 도시로 세워지는 조건은 창건자가 발견한 장소에 공간을 설계할 예언자(an augur)가 필요-피타고라스. 불도저는 빈민가를 현대의 메트로폴리스로 통합, 불연속적이며 독특한 일상의 거주 공간들은 연속적이고 안팎이 구분되지 않고 균질적인 상업 공간으로 편입. 안팎이 구분되지 않은 공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면적 단위로 사람들을 채우도록 할당된 공간.
3장 ‘물’. 물은 상상의 내부와 외부공간을 적시는 유체. 죽은 이를 씻기는 관습은 멀리 호메로스 시대 때부터, 20세기에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의식에, 그리고 모로코에서 우랄산맥에 이르는 이슬람교의 장례의식에 여전히 남아있다. 죽은 이들로부터 기억을 씻어내고 그들이 살아 생전에 하던 행위들을 제거하는 강물을 그리스인들은 ‘레테Lethe'라고 불렀다.
4장 ‘도시’. 미케네는 유럽에서 터널을 이용해 물을 끌어 온 최초의 도시. AD 97년 로마는 인구 100만의 도시로 성장. 총 연장이 거의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주 수로 9개가 1인당 400리터 가량의 물을 도시에 공급. 윌리엄 하버는 1628년 형액의 이중순환에 대한 생각을 공식적으로 피력. 1842년 에드윈 채드윅은 새로운 도시는 물이 쉬지 않고 순환하다가 더러운 하수구로 빠져나간다고 보았다.
5장 ‘냄새’. 1793년 11월 15일 프랑스 혁명으로 수립된 국립공회는 시민 개인마다 다른 사람의 아우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완충 공간을 두고, 스스로 자신을 지킬 권리를 갖는다고 선언. 향수는 아우라를 씻어낸 새로운 ‘인간’의 신체에 인공적인 2차 성징을 제공. 19세기 중반 부자들은 향수를 풍겼고, 중간계층은 몸을 깨끗이 씻었으며, 가난한 대다수 사람의 악취를 제거하는 것이 계몽운동과 위생경찰의 주된 목료가 되었다.
6장 ‘현대의 물’.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파리의 하수구에 대한 공포를. 영국 엔지니어들은 20세기에 들어 화장실이 늘어나면서 런던의 위생 상태에 자부심을. 20세기 후반에 수돗물은 H₂O라는 액체로 변했다. 현대 사회의 발명품이자 기술적 관리가 필요한 희소자원.
H₂O는 물이 아니다. 근대 산업사회가 만든 화학물질이다. 이반 일리치는 물, 공간, 냄새와 같은 ‘질료’의 역사를 통해 근대 산업과 경제의 논리가 어떻게 인간의 풍요로운 삶과 문화를 획일화된 사막으로 바꾸었는지를 고발했다. 현대인은 변기물과 호수물의 차이도, 지저귀며 노래하는 시냇물과 끊임없이 솟는 분수대의 차이도, 자연의 불과 끌 수없는 핵발전소의 불도 구분하지 못하는 청맹과니였다. 일리치는 말했다. “이제 H₂O는 꿈꾸는 물의 능력을 잃어버린 한낱 액체에 불과하며, 물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상상의 물질이 되어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