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롤리타는 없다 1
지은이 : 이진숙
펴낸곳 : 민음사
『롤리타는 없다』의 부제는 ‘그림과 문학으로 깨우치는 공감의 인문학’이었다. 미술평론가에게 인간은 약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선한 존재로 보는 관점이 예술과 인문학의 출발점이었다. 책은 문학과 미술이 만나 공감하고 나누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1권은 사랑 5편, 죽음 5편, 예술 7편의 세 범주로 17편의 이야기를. 2권은 욕망 6편, 비애 5편, 역사 7편의 세 범주로 나누어 18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사랑‖ 사랑의 생생한 감각이 전해지는 아르투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의 「감각」. 자신의 사랑을 그림보다 더 깊은 마음의 층위에 숨겨 놓는데 성공한 디에고 벨라스케(Diego Velázquez, 1599-1660〉의 〈거울 앞의 비너스〉(1649-1651).
진정한 사랑, 인간적 진실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낳은 비극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의 『안나 카레니나』. 후대의 미술사학자들이 톨스토이 소설의 여주인공 안나로 지목한 이반 크람스코이(Ivan Kramskoi, 1837-1887)의 〈미지의 여인〉(1883).
습관성 연애 중독증 남자의 이야기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1860-1904)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달콤하게 사랑을 미화했지만 딱 미화된 그만큼 진부해진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ereau, 1825-1905)의 〈에로스에게서 자신을 지키려는 젊은 아가씨〉(1880).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사랑으로 뒷받침되는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위선적인 사회를 비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신 엘로이즈』. 루소의 자연 예찬에 영향 받은 영국식 ‘풍경 정원’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의 〈위븐회 공원〉(1816).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여인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아름답게 변주되는 마이클 커닝햄(Michel Cunningham, 1952- )의 『세월』. 지금까지의 삶으로부터 떠나고 있는 인물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아침 햇살 속의 여인〉(1961).
‖죽음‖ 인류 최초의 죽음학 『길가메시』(기원전 2000년경). 현대적 타나톨로기의 다양한 모습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1965- )의 〈피할 수 없는 진실〉(2005).
열두살 때부터 여든일곱 살의 노인이 되어 죽기까지 오직 몸에 관해 쓴 일기 다니엘 페나크(Daniel Pennac, 1944- )의 『몸의 일기』. 어떤 미화나 이상화 없이 인간의 몸을 그린. 루치안 프로이트(Lucian Freud, 1922-2011)의 〈어머니의 초상화〉(1982-1984).
위험천만한 미각탐닉이 죽음의 의식으로 변한 만찬회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Luis Fernando Verissimo, 1936- )의 『비프스튜 자살클럽』. 자신이 가진 것들을 통해 부와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용 정물화’ 빌럼 칼프(Willem Kalf, 1619-1693)의 〈뿔잔이 있는 정물화〉(1653년경).
강력한 삶에 대한 환기력.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 단테가 묘사하는 지옥의 모든 인간들이 서로 얽히고 붙어있는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지옥의 문〉(1917).
육친의 죽음에 대한 담담한 관찰기,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잔잔한 여정의 기록. 신경숙(申京淑, 1963- )의 「감자 먹는 사람들」. 농민들은 고흐가 생각하는 진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예술‖ 어머니와 할머니로 표현되는 근원적인 고향에 대한 갈구 신경림(申庚林, 1936- )의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전통적 가치를 대변하는 여성적 세계. 구본창(具本昌, 1953- )의 〈북청사자놀음 5〉(2003).
고통스러운(난해한) 예술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e, 1842-1898)의 「목신의 오후」. 두뇌를 거치지 않고 감각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생의 기쁨〉(1906).
이슬람 세밀화의 구조를 차용하여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 )의 『내 이름은 빨강』. 중세 이슬람 문학 최고의 로맨스, 휘스레브가 첫눈에 쉬린에 반하는 장면을 그린 세밀화 중세 페르시아 대표화가 비흐자드(Kamálud-Din Behzád, 1450-1535년경)의 〈목욕하는 쉬린을 바라보는 휘스레브〉(1543).
영원히 젊고 영원히 아름답고 싶은 헛된 꿈으로 예술과 인생을 바꾼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945년 앨버트 루윈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할 때 도리언 그레이의 추악한 초상화를 그린 아이반 올브라이트(Ivan Albright, 1897-1983)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943).
시간을 되찾는 방법은 예술에 종사하는 것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신화로 과장되지 않은 1660년의 네덜란드 도시 델프트의 풍경 요하네스 페르메이즈(Johannes Vermeer, 1632-1675)의 〈델프트 풍경〉(1660-1661).
자연 회귀와 인연에 대한 동양적인 사상을 쉽고 명료한 언어로 보여준 김광섭(金珖燮, 1905-1977)의 「저녁에」.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그린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소박한 어구의 반복으로 무한한 우주의 섭리를 노래 김소월(金素月, 1902-1934)의 「산유화」. ‘그린다’는 행위 자체에 몰두한 김홍주(金洪疇, 1945- )의 〈무제〉(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