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창비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 2018)는 시력 서른한해 째를 맞은 시인 박철(朴哲, 1960 - )의 아홉 번째 시집이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시집으로 『김포행 막차』(창작과비평사, 1990) / 『불을 지펴야겠다』(문학동네, 2009)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문학동네, 2001) . 소설집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실천문학사, 2006)를 잡았다.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발문 「시라는 생업生業―화엄을 잃고 사랑의 길에서」에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자리에서 그의 시는 부끄러움과 싸워왔던 것”(122쪽)으로, 시인 박형준은 표사에서 “우리 시대 사람살이와 가장 닮은 시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5편이 실렸다. 가끔 시편들에 등장하는 눈에 익은 시인들이다. 이진명, 김수영, 조지훈, 김종길, 박목월, 정기복 그리고 영국 소설가 존 버거까지. 시집 곳곳에 묻어난 시인의 고향 김포와 이웃한 강화의 어릴 적 풍경이 낯익었다. 김포 장릉산과 김포벌 들쑥 성긴 오류정, 강화의 외포항, 어린 어머니의 피난 길로 황해 연백에서 강화 교동도를 거쳐 김포 고촌에 닿기까지의 고난의 여정.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에서 말했던 호주가 이번 시집에도 언급되었다. 시인은 한때 호주 이민을 생각했던 것 같았다. 「버크에서」의 적토赤土는 호주 지명일 것이고, 「장관」은 씨드니 너머 브로큰힐의 칠십여리 유채꽃밭에서 「캥거루가 우는 밤」까지. 표제는 「사랑 운운云云」(50-51쪽)의 한 연이었다. 시집은 제18회 노작문학상과 제16회 이육사 시詩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이육사추모사업회는 “주변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인 목소리에 온기가 있고, 민족사적 아픔과 민중 삶의 현실과 지난 시절의 그리움과 연민으로 형상화에 충실”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은 「화학반응」(92쪽)의 전문이다.
딱히 말할 곳이 없어서
그래도 꼭 한마디 하고 싶어서,
지나가는 아이 반짝이는 뒤통수에다
사랑해―속으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쓱쓱 자라며 골목 끝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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