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1984

대빈창 2024. 8. 9. 07:00

 

책이름 : 1984

지은이 : 조지 오웰

옮긴이 : 정회성

펴낸곳 : 민음사

 

내가 잡은 『1984』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로 초판이 2003. 6.에 나왔다. 2009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주요 언론사와 대형도서관의 추천도서를 토대로 ‘역대 세계 최고의 100대 명저’를 선정했다.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이어 『1984』가 2위를 차지했다. 또한 2007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20세기를 가장 잘 정의한 책’이었다. 자칭 활자중독자로서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책을 처음 잡다니. 부끄러움이 앞섰다.

본명이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로 영국령 인도에서 태어났고, 미얀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근무한 이력과 무정부주의자들과 함께 민병대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전력을 꿰뚫고 있었다. 1946년부터 집필에 들어가 1948년 소설을 탈고하면서 뒷자리를 바꾸어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7개월 후 작가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고, 작품은 유작이 되었다.

나의 게으름일까. 아니면 인연이 닿지 않은 것일까. 병원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에서 『동물농장』과 함께 대여했다. 1949년에 발표된 소설로 70년이 훌쩍 지났다. 소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감시체제로 파시즘과 스탈린 독재를 겨냥하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세계는 소련이 유럽을 합병한 유라시아, 중국을 비롯한 남쪽 국가들 동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오세아니아라는 3대 초국가로 나뉘어져 끝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었다. 오세아니아를 지탱하는 철학은 ‘영국 사회주의’이고, 유라시아는 ‘신新 볼셰비즘'이며 동아시아는 ‘죽음 숭배-자기 말살’ 이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거주하는 런던은 오세아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제일공대第一空帶의 중심도시였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폭이 1미터도 넘는 ‘빅 브라더’의 초대형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정치 통제기구인 당이 내세운 허구적 인물로 독재 권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일환이었다. 사상경찰思想警察은 송신과 수신을 동시에 작동하는 텔레스크린으로 당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윈스턴은 높이 300미터의 피라미드 모양의 흰색콘크리트 건물 진리부眞理部의 기록국에 근무했다. 윈스턴은 당의 통제에 반발하며 저항을 꾀했다. 

창작부의 젊고 아름다운 스물여섯 살의 여성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당이 금기시하는 섹스를 나누었다. 오세아니아는 아이를 모두 인공수정으로 낳고, 공공기관에서 키웠다. 내부당원 오브라이언 자택을 찾아가 줄리아와 함께 지하혁명그룹 형제단에 가입하고 골드스타인의 금서 책자를 전해 받았다. 일기노트를 구입했던 고물상 2층 방을 줄리아와의 밀회장소로 삼았다.

밀회장소 2층방 벽에 걸린 그림 뒤에 텔레스크린이 숨겨 있었다. 기력 없는 노인네 고물상 주인은 사상경찰이었다. 오브라이언은 당의 첩자로 7년전부터 윈스턴을 감시하고 있었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이 조종하는 기계에 눕혀 끔찍한 고문에 시달렸다. 심지어 가장 두려워하는 큰 쥐에게 얼굴을 갉아 먹히려는 고문에 시달리다 항복했다. 고문 끝에 서로 배반한 윈스턴과 줄리아는 석방된 뒤에 우연히 만났다. 줄리아의 아름다운 몸은 완전히 무너졌고, 윈스턴은 알콜중독자로 전락했다. 소설이 끝나면서 완전히 세뇌된 윈스턴은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6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된 작품은 전체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암울한 미래를 예언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평가 받았다. 그렇다. 소설 제목의 1984년, 이 땅은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의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합법적 선거로 탄생한 정권은 뉴라이트 세력을 앞세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발악하고 있다. 이 땅의 ‘1984’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대한민국은 몰래카메라 천국이다. 알게모르게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휴대폰이 켜져 있으면 우리의 위치가 드러나는 시대였다. 황해의 작은 외딴섬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곳마저 빅부라더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표지그림은 데일 오델(Dale O'Dell)의 〈빅 브라더Big Brother〉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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