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공간이 만든 공간
지은이 : 유현준
펴낸곳 : 을유문화사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부제를 단 『공간이 만든 공간』은 건축가 유현준(1969- )의 건축이라는 창窓으로 들여다 본 동서양 문명사의 흐름이었다. 그에게 지리․기후라는 제약은 지역적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고, 건축물은 문화의 결정체였다. “건축은 한 시대의 지혜와 집단의 의지가 합쳐진 결정체로, 시대와 사회를 대변한다.” 270여점의 이미지는 독자의 눈을 밝혔다.
여는 글: 기후, 문화, 변종. 한 시대의 기술적․경제적․사회적 제약 속에서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화가 되었고, 문화의 결정체가 건축물.
1.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서양문화권은 벽으로 구획된 기하학적인 빈 공간을 가진 반면,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간은 기둥으로 만들어져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
2.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Uruk는 인류 최초의 도시로 성벽 안쪽 면적이 6제곱킬로미터로 5만 명이 살았다. 박테리아성 질병․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유행에 강한 내성을 가진 지역은 건조한 기후대.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나일강은 상류와 하류의 기후대가 달라서 강의 상류가 강수량이 풍부하여 하류의 도시 사람들은 그 물로 농사를 짓고 살았다.
3.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일년에 강수량이 1천 밀리미터 이상이면 벼를, 이하이면 밀을 재배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아시아 국가들은 몬순 기후로 벼농사를, 대륙의 서쪽 유럽은 강수량이 적어 밀을 재배. 유럽은 벽돌이나 흙을 이용한 벽 중심의 건축이 계승되었고, 극동 아시아는 건축 재료로 가벼운 목재를 사용. 장마철 집중호우로 땅이 물러지면서 무거운 재료의 벽은 쓰러졌다.
4. 두 개의 다른 유전자. 서양 건축물은 외부 공간을 압도하는 형태, 동양은 외부 공간을 건축물의 일부로 흡수. 서양건축사는 새로운 건축양식을 만들어가고, 동양은 나무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을 수천 년 지속. 서양 건축의 빈 공간은 중첩되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었고, 동양은 정해진 규칙이나 반복되는 패턴 없이 성장. 서양 건축의 공간의 구획은 벽 중심의 건축이고,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축.
5. 도자기는 어떻게 서양의 문화를 바꾸었는가. 삼각돛은 장거리 항해를 가능케 했고, 도자기가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도자기에 그려진 중국식 정원디자인과 중국 철학은 자연을 대하는 유럽인의 자세를 바꾸었다. 기하학적 형태의 정원 디자인에서 야생 상태의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픽처레스크picturesque’ 정원 디자인으로 변화.
6. 동양의 공간을 닮아가는 서양의 공간. 서양의 근대 건축은 기술 혁신과 동양건축 디자인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2세대 결과물. 독일 출신 미국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986-1969),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강철과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엘리베이터라는 기계가 전 세계의 건축을 바꾸었다. 미스의 건축은 ‘나무기둥을 철골기둥으로, 창호지를 유리창’으로 바꾼 건축 공간. 르 코르뷔지에 건축은 동양의 기둥식 구조 건축 양식이 서양에 전파되어 산업혁명의 새로운 재료인 콘크리트와 함께 만들어진 문화적 변종.
7. 공간의 이종 교배 2세대.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Kahn, 1901-1974)은 침묵하는 동양의 보이드 공간을 서양의 기하학적인 틀에 성공적으로 맞춰 넣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立藤忠雄, 1941- )의 건축은 20세기 대표적 재료인 콘크리트를 사용. 큰 창문과 복잡한 진입동선으로 동양적인 성격을, 벽 구조를 가지면서 기하학적으로 구획된 평면과 단면의 서양적인 특징.
8. 학문 간 이종 교배의 시대.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대 건축의 디자인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감동을 주었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의 ‘동대문 DDP'.
9. 가상 신대륙의 시대. 공간의 압축을 통한 융합, 서로 다른 학문 간의 융합,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서로 다른 재료의 융합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냈다.
닫는 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스마트 시티란 도시가 감각을 가지고 스스로 대응하게 하는 기술. 4차 산업혁명이란 모든 인간과 모든 기계가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