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무릉도원은 개복숭아꽃이었다.

대빈창 2011. 5. 16. 04:23

 

 

 

위 그림은 5월 8일 봉구산 아침산행시 찍은 사진입니다. 봉구산에는 야생 복숭아가 지천입니다. 언제 적 누군가가 일부러 식재한 나무인 지, 아니면 저절로 자라난 것인 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정한 간격없이 제 멋대로 산능선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아 야생 복숭아일 것으로 추측할 뿐 입니다. 역동적인 근육질의 가지를 뻗친 과원의 복숭아에 눈이 익은 분들은 입을 다 떨군 맨 몸의 야생 나무에서 복숭아 나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습니다. 야생복숭아 나무의 수고는 5m 이상 자라고, 가지는 수양버들처럼 척척 늘어졌습니다. 꽃이 지면서 잎이 돋기 시작합니다. 야생 복숭아나무의 열매는 엄지손가락 첫마디 크기입니다. 장난삼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저는 아무 맛도 없이 맨숭맨숭한 찝질함에 이내 뱉어 냅니다. 복숭아 하면 우선 연상되는 인물이 동방삭입니다. 서역의 요지궁은 장생불사하는 선녀들만의 나라 입니다. 서왕모가 다스리는 요지궁에는 사시사철 복숭아 꽃이 만발한 신선의 나라 입니다. 여기 복숭아 나무는 삼천년 만에 꽃이 피고, 삼천년 만에 열매를 맺고, 이 열매를 먹으면 삼천년을 산다고 합니. 한나라 때의 변설과 해학으로 이름을 날렸던 동방삭이 요지궁에 몰래 숨어 들어가 천도 복숭아를 훔쳐 먹었습니다. 그러기에 삼천갑자(십팔만년)를 살았다고 해서 '삼천갑자 동방삭'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의 복숭아에 연관된 대표적 설화는 삼국유사 제1권 기이 제1편의 '도화녀와 비형랑' 이야기 입니다. 얼굴이 복사꽃처럼 이뻐 도화랑이라고 불린 여인이 있었습니다. 신라 25대 진지왕은 아름다움에 반해 유부녀인 도화녀에게 간통을 요구했으나,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 여자의 도리를 내세우는 도화녀에게 거절을 당합니다. 다만 남편이 없다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어 냅니다. 왕이 죽은 후 도화녀의 남편도 3년만에 죽습니다. 그러자 진지왕의 원혼이 도화녀 방에 나타나 7일을 머물다 사라졌습니다. 이후 도화녀는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이 비형 이었습니다. 비형랑은 매일 밤 귀신들과 놀았는데, 하룻밤 만에 신원사 북쪽 시내에 돌다리인 귀교를 놓기도 했습니다.

복숭아나무는 성장이 대단히 빠릅니다. 1년생 묘목을 재작년에 집 입구에 심었는데, 작년에 벌써 열매를 맺었습니다. 열매 단 복숭아 나무를 보며 어머니가 한마디 하십니다. '복숭아 나무는 원래 집안에 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봉건적 유교국가이던 조선은 남아선호사상이 심했습니다. 복숭아는 생김새가 여성의 성기를 닮았습니다. 그러기에 집안에 복숭아 나무를 심으면 여자만 태어난다는 속설로 나무 식재를 기피한 것 입니다. 또한 복숭아는 제삿상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조상의 원혼이 귀신 쫒는 나무인 복숭아 나무를 두려워 했기 때문입니다. 도연명이 이상향으로 노래한 '도화원기'의 무릉도원과 안평대군의 꿈에 나타난 무릉도원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복사꽃이 만발한 이상세계 입니다. 그런데 이상향의 복사꽃은 분명 개복숭아 꽃인 것이 분명 합니다. 복숭아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황허의 고원과 동북부 및 한반도 입니다. 이 땅의 복숭아 재배는 약용, 화목용으로 오랜 옛날부터 재배 되었습니다.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열매가 큰 개량품종은 1906년 도입된 나무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숭아 꽃은 분명 야생 복사꽃이 훨씬 이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