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사진의 바다는 분명 동해가 아닌 제가 거주하는 주문도 앞 바다로 황해입니다. 물빛이 맑고 파란 것으로 보아, 조금 때 찍은 사진입니다. 오후 2시 출항을 앞두고 주문도 선창에 배를 대는 정경입니다. 12호는 톤수가 393T, 정원은 400명, 차량은 42대를 적재할 수 있는 작지 않은 카페리입니다. 뱃전의 섬처럼 보이는 봉우리는 꽃치입니다. 분명 먼 옛날에는 작은 무인도였을 것입니다. 한강의 퇴적작용으로 모래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아차도와 연결되었습니다. 배 뒤로 길게 늘어선 섬이 3대 관음도량 보문사로 유명한 석모도입니다. 주문도에서 본도인 강화도까지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주문도 앞바다에 정박한 배는 아침 7시에 출항, 아차도, 볼음도를 들르고, 곧장 강화도로 향합니다. 아침 9시에 강화도에서 배는 출항하고, 11시면 주문도에 닿습니다. 그리고 윗 그림처럼 2시에 출항하고, 4시에 강화도에서 돌아와 주문도 앞바다에서 정박하는 것이 정기노선입니다.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열섬 현상으로 열대야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이 섬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피서철 성수기를 맞아 배의 운항횟수를 늘렸습니다. 7시에 주문도에서 첫배가 출항해 2시간 간격으로 하루 3회 운항합니다. 뱃직원들은 이동하는 배에서 점심을 해결하겠지요. 유인도가 4개인 서도면의 주민수는 650여명입니다. 근 한달 사이, 수천 명의 피서객이 섬에 들이닥칠 것입니다. ‘대빈창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 합니다’ 부녀회에서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섬을 지키는 노인네들이 하루 날을 잡아 해변 솔밭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민박보다는 야영을 선호하는 도시인들은 솔밭에 텐트를 칩니다. 작년까지 15,000원이었던 텐트 설치 이용료가 20,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북한에 큰물이 져 떠내려 온 목함지뢰로 해변은 적막했지요. 부녀회원들은 매일 조를 짜 해변을 청소할 것입니다. 쓰레기가 말도 못 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파랗습니다. 그런데 그 흔한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갈매기도 도시인을 선호합니다. 피서객들이 섬을 찾으면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뱃전을 선회하며 강화도와 주문도 바다를 왕복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새우깡입니다. 섬을 찾는 도시인들의 들뜬 마음처럼 뱃전에서 새우깡이 허공을 향해 솟구칩니다.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는 고된 노동력에 지친 나머지 야성을 버리기로 합의한 것 같습니다. 멋진 비행 쇼를 펼친 보답으로 인간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스스로 길들여 졌습니다. 갈매기들은 그물에 다가서기만 해도 질겁을 하는 섬주민보다, 편하게 먹이감을 제공하는 도시인을 선호하며 왕복하는 뱃전에서 공중 곡예를 오늘도 펼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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