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최재혁
펴낸곳 : 반비
‖여는글‖에서 옮긴이 최재혁은 말했다. “개고와 퇴고를 거듭한 ‘맺음말’ 글 최종판이 도착한 날이 2023년 12월 17일 다음날 영면하셨으니, 「선한 아메리카를 기억하며」는 선생의 마지막 원고”(4쪽)로 남았다. 이제 나의 허약한 의식에 죽비를 내려칠 ‘현실에 대한 첨예하고도 치열한 문제의식을 담은’선생의 새 글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사건’의 서승의 『옥중 19년』, 서준식의 『서준식 옥중서한』, 『서준식의 생각』을 잡았다.
일본에서 부모를 모시고 재판에 참석하고 면회를 왔던 동생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서경식이었다. 온라인서적을 통해 가장 먼저 잡은 책이었다. 군립도서관의 선생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청춘의 사신』, 『소년의 눈물』,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시의 힘』, 『나의 조선미술 순례』,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눈』, 『나의 서양음악 순례』, 『디아스포라 기행』,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언어의 감옥에서』, 『경계에서 춤추다』, 『책임에 대하여』. 신간 도서들은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대여했다.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내 서재 속 고전』,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나의 미국 인문 기행』.
타자의 고통을 향한 상상력에 유달리 민감했던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徐京植, 1951-2023) 선생이 영면하셨다. 인문기행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이탈리아, 영국, 미국에서 끝을 맺게 되었다. 독자는 세 단위의 시간대(1986년, 회상에 빠지는 1980년대, 현재-2020년)를 왕복하며 미국을 기행하는 선생의 발걸음을 쫓게 된다.
1장, 1986년 2개월 가까이 두 형(서승․서준식)을 비롯한 한국의 양심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캠페인.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수틴의 초상」 1917년.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머리를 민 자화상」 1888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간판 두 성악가 세기의 소프라노 러네이 플레잉(Renée Fleming, 1959- )의 카네기 홀 리사이틀, 핀란드 출신 소프라노 카리타 마실라(Karita Mattila, 1960- )의 링컨센터 앨리스 튤리 홀 콘서트.
2장, ‘세계는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나 자신도 그런 피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만 같았다.’(59쪽)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s Blake, 1757-1827)의 「느무갓네살」 1795-1805년. 조지 벨로스(George Bellows, 1882-1925)의 「이 클럽의 두 회원」 1909년, 「잭 뎀프시와 피르포」 1924년.
3장, ‘나는 어디를 가도 미술관에 들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일종의 병적인 심리상태이다.’(99쪽)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1880-1938)의 「달빛 아래 겨울 풍경」 1919년.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53-1890)의 디트로이트 미술관 중앙 뜰 로비 벽화 「디트로이트 산업」1932-33년.
4장, 스페인의 신대륙에서 자행하는 무자비한 학살중지를 호소하는 라스 카라스(Bartolomé de Las Casas, 1484-1566)의 『인디아스 파괴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 1552년. 미국 감시사회 문제를 다룬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Laura Poitras, 1964- )의 「베드 타운 로케이션Bed Down Location」 2016년.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5장, ‘이민, 빈곤, 노동이 벤 샨이라는 인물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그의 휴머니즘을 확고한 신념으로 담금질’(189쪽)했다. 벤 샨(Ben Shahn, 1898-1969)의 「해방」 1945년. 「사코와 반제티의 수난 1931-32년. 「형제」 1946년.
6장, 현대 음악의 거장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Karltheinz Stockhausen, 1928-2007)의 연작 「소리KLANG」 공연. 『오리엔탈리즘』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가 죽기 직전까지 20년간 이어진 음악평론 모음집 『경계의 음악』.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가에타도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로베르토 데브뢰」.
7장, 9․11 메모리얼 그라운드 제로. ‘국가가 주도하는 추모 시설에는 피해자를 향해 일반적으로 갖는 동정심이나 피해자와의 무비판적 동일시를 통해 자기를 긍정하려는 심리를 이용하여, 정서적으로 자국민 중심의 이야기로 몰아가는 장치로 기능’(221쪽)
선생은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천박함이나 비속함과는 거리가 먼, 진실을 계속 얘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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