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지은이 : 곽효환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임시정부 수립 60주년 기념 흔적 답사, 쓰촨성 청두 실험학교에서 열린 국제 시 행사. 세월호 참사 희생 250명 아이들의 3년 늦은 명예졸업식,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한중작가 교류 행사. 연해주 고려인 스탈린강제이주, 시베리아횡단열차, 만선열차. 백담사, 청계천, 천변 모전탑 옛 절터, 월출산. 폐교 무건분교, 큰 강의 물머리 양구.
연해주 포시예트 구역에 지신허 마을을 개척하고 최초로 정착한 최운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 조선 최초 볼셰비키 여성 혁명가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아폴로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우루과이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도. 독재와 종교 탄압에 항의하는 사이공 시내 소신공양 베트남 승려 틱꽝득. 베트남민족해방전선 지도자 호쩌민胡志明. 백인 경찰의 폭력 진압에 압사당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협곡 급류 속 정크선을 몸으로 끄는 견부, 비정규직․하청노동자․이주노동자의 산재 죽음, 탈북 모자母子의 아사餓死. 장춘 백석의 자취, 북간도 명동촌 윤동주 생가, 이용악의 「국경」, 윤후명의 『 하얀 배 』 . 시집을 읽어가며 거칠게 메모한 시의 소재가 된 지역과 장소, 행사 그리고 인물들이다.
시인 곽효환(1967- )은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 3」, 2002년 계간지 『시평』에 「수락산」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2023)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나에게 『지도에 없는 집』(문학과지성사, 2010)에 이어 두 번째 손에 든 시집이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8편이 실렸다. 1부는 북방시, 2부는 우주와 세계의 보편적 진실, 3부는 이 땅의 아픈 역사, 4부는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었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우찬제의 「사람―풍경의 고현학」이었다. 시집은 제21회 영랑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북방의 시인’은 말했다. “북방은 우리의 기원이 되는 공간이면서 다른 민족들과 조화롭게 살고 기상을 떨친 기억을 품은 공간입니다. 제가 주목한것은 힘없고 나약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압도적인 상황 앞에서 울음을 삼키면서 버텨내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한 허기처럼 밀려오는 ‘그리운 무명의 사람들’ 입니다.” 마지막은 「잔교棧橋」(57쪽)의 전문이다.
거대한 협곡 사이를 거세게 포효하는 물길 / 하늘 가장 가까운 까마득한 절벽 위 잔교는 / 아슬아슬한 하늘길을 수없이 오고간 / 짐 실은 말과 마부와 그 고단한 생의 / 발걸음들이 남긴 비행운이다 // 더는 내디딜 수 없는 낭떠러지 앞에 눈 감으니 / 하늘 아래 첫 삶을 일군 / 그을린 검은 얼굴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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