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강박에 빠진 뇌

대빈창 2024. 10. 14. 07:00

 

책이름 : 강박에 빠진 뇌

지은이 : 제프리 슈워츠

옮긴이 : 이은진

펴낸곳 : RHK

 

정신과 의사․강박장애 전문가 제프리 슈워츠(Jeffrey M. Schwartz)의 『강박에 빠진 뇌』는 강박장애로 고통 받는 40만 환자를 구원한 의학계의 고전 베스트셀러였다. 미국에서 1996년 발간된 초판은 우리나라에서 2010년에 번역되었다. 내가 잡은 책은 20주년 특별기념판으로 2016년에 출간된 책을 출판사 《RHK》에서 2023년에 다시 내었다.

‖머리말‖은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스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말년을 멕시코 아카풀코의 프린세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냈다.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묵고 있는 방을 병원처럼 꾸몄다. 전형적인 증증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sr) 이었다. 20여 년을 강박장애 연구에 매진한 정신과 의사는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의 원인을 뇌의 신경학적 불균형에서 찾아냈다. 이를 ‘브레인 락Brain Lock'라고 불렀다. 즉 강박장애는 ’신경학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멈출 수 없는 불안‘ 증세였다.

마흔세 살 보험심사관 잭은 하루에 최소 50번에서 많게는 100번 넘게 손을 씻었다. 명문 아이비리그 졸업생 서른세 살 바버라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침습적 사고에 시달렸다. 마흔여섯 살 자동차 판매원 브라이언은 배터리액에 대한 병적인 공포로 밤마다 교통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아스팔트를 청소했다. 쉰두 살 도티는 다섯 살 때부터 숫자와 씨름하고 있다. 라라는 칼을 손에 쥐면 누군가를 찌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로버타는 운전 사고와 시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중년 가정주부 올리비아는 1994년 LA지진 이후 세탁기 물이 오염되었다는 강박사고에 시달렸다. 엑스레이 촬영기사 리사는 납 오염의 공포로 씻는 행위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대학생 린은 신체추형 장애를 앓아 가상의 결함을 없애려 얼굴을 잡아 뜯는데 집착했다. 치과 조무사였던 오십대 초반의 주부 캐런은 저장 강박에 시달려, 집은 쓰레기로 가득차 문을 열 수조차 없었다.

책은 수많은 강박장애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전두엽 아랫부분 안와피질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정상인보다 일관되게 높았다. 강박장애는 뇌의 화학적 불균형으로 뇌 회로가 고장나서 뇌의 중요한 영역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는 과학적 증거나 드러났다. 책은 강박장애와 싸워 이길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4단계 치료법을 배우고 실천하여 강박장애를 이겨낸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4단계의 구체적인 ‘자가 행동 치료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단계 재명명Relabel은 강박장애 환자들은 불암감을 불러 일으키는 생각과 충동의 실체를 파악하고, 두 번째 단계 재귀인Reattribute은 성가신 생각들이 강박장애라는 질병의 증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세 번째 단계 재초점Refocus은 방해가 되는 생각들을 피해 건설적이고 즐거운 행동을 하여, 네 번째 단계 재평가Revalue는 그런 생각들을 무시하고 그것을 쓸모없는 방해물로 보는 법이다.

책은 서론과 1부 4장, 2부 7장, 3부 강박장애 치료법에 대한 안내서로 구성되었다. 10장은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의 이번 핸드․뤼디거 클레프슈 박사의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 점검표」 27문항이 실렸다. 다행스럽게 나는 해당되는 항목이 2개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강박사고가 없다고 보는 유형에 속했다. 3주에 한 번 뭍에 나갈 때마다 심야전기보일러 룸콘이 외출에 맞추어져 있는지, 가스렌지 밸브가 제대로 잠가졌는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두 컷을 찍었고, 배에 승선한 후 사진을 보며 안심을 했다. 가벼운 강박장애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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