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지은이 : 진중권
펴낸곳 : 창비
책은 미학자 진중권의 우리 시대 문화․예술 분야의 거장들 8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었다. 예술가가 지닌 통찰력, 작품의 뒷얘기, 창작의 고뇌를 다루었다. 사진 매체의 실험적 가능성을 개척한 사진가 구본창(1953- ), 건축을 통한 혁명을 꿈꾸는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1952- ), 한국 영화계의 ‘지식인 상’ 아이콘 문성근(1953- ), 민중미술의 거장 미술가 임옥상(1950- ), 기행奇行과 독특한 작품 세계의 소설가 이외수(1946-2022), 대중음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탐색해온 대중음악평론가 강헌(1962- ), 독보적 한글 글꼴 디자인의 타이포그래퍼 안상수(1952- ), 다양한 설치미술․영상작업으로 주목받아 온 박찬경(1965- )까지.
1. 사진가 구본창. 사진의 진정한 본질로 꼽는 ‘푼크툼punctum'은 고유한 우연성이며 순수한 우연, 고유한 기회이자 고유한 만남. 남이 발견하지 않는 곳에서 내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 국내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사진 매체의 다양성을 실험한 작가. 세상에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예술이라는 기술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고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통로.
2. 건축가 승효상. 혁명 대신 건축을 선택하고, 건축을 통해 삶의 혁명을 이루려 노력하는 건축가. 지난 30-40년간 갑자기 몰아닥친 경제 개발의 여파로 건축을 부동산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삶은 피폐. 세계에 1천만 인구의 도시는 16개 정도로, 서울이 유일하게 산을 품고 있어 인공적인 랜드마크 설치가 필요 없는데 서구화가 근대화로 착각하면서 끌고 들어온 개념. ‘빈자의 미학’은 물신적으로 살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면서 사는 이들을 위한 미학.
3. 배우 문성근. 메소드 연기는 인물의 설정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연기법. 연기자가 자유로운 광대가 돼서 있음직한 일과 있음직한 사람들을 만들어 관객에게 잃어버린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자가 존재하는 이유. 연기란 사회적으로는 삶에 바빠서 느껴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4. 미술가 임옥상.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예술적 발언의 미학적 형식에서도 드높은 성취를 보여준 작가. 1980년대 민중미술은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 예술가란 양손으로 이상과 현실을 붙잡고 서로 멀어지는 두 끝을 끌어당겨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 예술이라면 사회를 흔들어서 이 사회가 미세한 떨림 속에서 재편되고 다시 제 길을 찾게 하는 역할.
5. 소설가 이외수. 지금은 방황을 그냥 시간 낭비처럼 생각해버리거나 껍질만의 인생을 살게 되는, 시간을 너무 무가치하게 낭비하는 시대. 예술은 그 에너지를 통해 정精․기氣․신神 세 가지를 썩지않게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과 기능.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두뇌 때문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만물을 사랑하는 가슴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
6.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대중음악의 역사는 민중사의 가장 내밀한 층위를 드러내는 미시사의 중요한 부분. 통속적이고 동어반복적인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인간 의식의 내면, 나아가 사회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을 수 있는 대중음악. 1980년대는 가장 소망스러운 비주류의 문화로 언더그라운드 문화, 대학가와 노동운동계의 노래운동 등 전투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번성. 문화적 상품이 되어버린 아이돌 그룹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 배출되는데 선진국에서는 본인이 원해도 사회가 규제, 우리나라 식은 아동학대로 체포. 비평가는 음악을 창조하는 사람, 음악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보다는 음악의 질서를 꿈꾸는 사람.
7.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안상수체는 탈脫 네모끌 글자.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자인된 글, 논리적인 철학체계까지 만들어서 디자인해낸 결과물이 한글. 한글이라는 전무후무한 창의적 디자인 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변방이라는 자격지심으로 작은 독립 디자인학교 ‘파주타이포그라피’ 설립. 제 삶을 스스로 멋지어가는 상태, 디자인을 통해서 삶을 완성해나가는 것.
8.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 민중미술이 끝났다고 해서 비평적인 미술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 민중미술의 비판적인 힘․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관제 형식주의 미술의 신세에서 처음 벗어난 것이 민중미술. 예술가는 사회에 등록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며 살게 되는데, 그것을 잘 견뎌내는 것이 작가들한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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