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지은이 : 박서영
펴낸곳 : 걷는사람
시인이 낯설다. 도서출판 《걷는사람》 복간본 시리즈 다;시 006으로 재출간된 시집이었다. 시인 박서영(1968-2018)은 199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천년의시작, 2006), 『좋은 구름』(실천문학사, 2014). 시인은 지병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랐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문학동네, 2019),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걷는사람, 2019) 유고 시집 두 권과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2019)가 재출간되었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65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강경희는 해설 「무덤 속에서 피어난 몸」에서 “존재의 유한성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초월의지가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내면화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표사에서 시인 유홍준은 ‘천이통天耳通의 시편들’이라고 했다. 시인 이근배는 ‘가야 혹은 서라벌 유물들의 중얼거림을 오늘의 낱말로 적’었다고 했다. 2부, 첫째 시는 「무덤 박물관 가는 길」이다. 둘째 시부터 열여덟 번째 시의 부제는 ‘무덤 박물관에서’였다. 「수로왕릉 가는 길」, 「월도 月刀」의 부제는 ‘대성동 23호 출토’, 「파사 석탑을 보며」로 이어지고, 마지막 시는 「가락국에서 쓰는 편지」였다. 아래는「경첩에 관하여」(15-16쪽)의 2-5연이다.
폭풍 같은 사랑도 / 경첩이 있어 떠나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 / 온몸이 튀틀리지 않았다는 생각 / 몸의 문을 열고 닫으며 / 살과 뼈가 소리 없이 이별을 견뎠다는 생각 // 몸의 경첩도 낡고 오래되면 소리는 내는가 // 금이 가고 있는 것이 / 바람이 들고 있는 것이 몸만은 아닐 것이다 // 무릎과 팔목과 발목 / 손목과 손가락의 마디마디들 // 아, 목이 있는 것들 / 몸속의 뼈들이 우지직거린다 / 안과 밖이 통정通情을 나누느라 / 경첩들이 수런거린다
표제시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는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Joan Miró, 1893 - 1983)의 그림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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