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대빈창 2024. 10. 29. 07:00

 

책이름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지은이 : 신경림

펴낸곳 : 우리교육

 

뇌리에 입력된 책은 언젠가는 손에 펼치기 마련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초판본으로 1쇄가 나온 지 2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지. 《길상작은도서관》에 오래 묵은 책이 있었다. 책은 시인이 한국 현대 시사를 빛낸 22명 시인의 행적을 찾은 기행 글이었다. 생가와 시비, 그리고 시인의 삶의 흔적이 남은 곳을 돌아보았다. ‖여는글‖에서 “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 그 시를 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정지용(1902-1950) 충북 옥천 출생. 「향수鄕愁」. 근대시의 아버지, 일본 도오시샤(同志社) 대학을 졸업하고, 16년간 휘문고보에 교사로 재직할 때가 인간적으로 가장 행복했던 시절. 너무 고고하고 도도한 시인.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출생. 「승무僧舞」. 경북 지방기념물 78호로 지정된 조지훈 생가. 시인보다 지사나 논객으로 더 높이 평가. 시인의 시들은 적지 않은 우국적 정치적 경향.

신석정(1907-1974) 전북 부안 출생. 「대춘부待春賦」. 전북기념물 84호로 지정된 시인이 26세에 직접 지은 〈청구원靑丘園〉. 시뿐만 아니라 생활자체도 전원․목가시인. 중앙 문단의 아무와도 타협하지 않은 대쪽 같은 성격. 김종삼(1921-1984) 황해 은률 출생. 「북치는 소년」. 자기 시집 한 권 갖고 있지 않았던 세속적인 욕심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인. 내용 없는 아름다움은 부르주아 속물주의에 저항하는 댄디스트.

신동엽(1930-1969) 충남 부여 출생. 「껍데기는 가라」. 외세, 분단, 민주화 등의 문제를 처음 시에 끌어들인 것이 시인의 가장 큰 미덕. 시의 정서는 민족적 순수성과 반외세. 박용래(1925-1980) 충남 논산. 「저녁 눈」.은 시인의 시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 시. 향토미를 시적 발상의 원천으로 삼고 그것을 제한된 언어 속에 담아서, 섬세한 감각으로 토속정서를 형상화.

박봉우(1934-1980) 전남 광주. 「휴전선」은 6․25 이후 최초로 등장한 민족시․반전시라는 문학사적 중요성. 시인의 칼날처럼 날카롭고 새싹처럼 순수한 시혼을 정상적으로 받아 들이기에 너무 부패한 우리 사회. 임화(1908-1953) 서울 출생. 「네거리의 순이」.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서기장. 우리 비평 문학의 최고봉 『문학의 논리』. 「깃발을 내리자」는 해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친일세력과 그 앞잡이들을 규탄하는 매서운 시.

권태응(1918-1951) 충북 충주 출생. 「감자꽃」은 민족적 동질성과 그 운명을 은유.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이를 어린이의 티없는 눈을 통해서 재현한 시. 이육사(1904-1941) 경북 안동 출생. 「청포도」. 무장항일단테 의열단원, 열일곱번 감옥살이, 옥사. 「광야曠野」는 시인이 세상사는 자세와 시를 쓰는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시. 육사는 평생을 민족의 해방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옥사.

오장환(1918-1951) 충북 보은 출생. 「병든 서울」. 「The Last Train」은 젊은이들의 절망적, 허무적, 퇴폐적, 병적인 정서를 가장 잘 표현. 7․80년대의 이 땅의 민중시의 한 전범. 김영랑(1903-1950) 전남 강진 출생.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가 삶의 구체에 뿌리를 박고 굴곡과 경험 내용을 진술하기보다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느낌과 인상에 집중. 일제 치하의 비참한 현실과 고통에 찬 민중의 삶을 시 속에 표현할 일이 없는 영랑.

이한직(1921-1976) 경기 고양 출생. 「높새가 불면」. 열아홉의 나이에 시단에 나와 76년 쉰여섯 살 타계하기 까지 쓴 시는 모두 23편. 신경림 시인은 이한직 시인이 문단에 소개한 십수 명의 시인 중 첫 번째. 윤동주(1917-1945) 북간도 명동 출생. 「서시」. 스물아홉의 나이로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삶을 마감한 짧으면서도 치열한 시인의 삶. 시인의 가장 큰 미덕은 청순하고 개결한 젊음과 함께 하는 밝음과 맑음, 빛의 이미지.

박인환(1926-1956) 강원 인제 출생. 「목마木馬와 숙녀淑女」의 시적 정서는 서구 지향적이며 도시적. 진보적인 서구시 취향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은 시인의 진보주의자 기질. 한용운(1879-1944) 충남 홍성 출생. 3․1운동 민족대표 33인 독립투사, 불교개혁을 주창한 진보적 승려, 시인. 「님의 침묵」은 조국 또는 겨레에 대한 사랑과 그 상실에 따른 슬픔, 그 슬픔을 새 희망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의지, 조국 또는 겨레를 다시 찾게 되리라는 굳건한 믿음.

백석(1912-1996) 평북 정주 출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서도 사투리를 골간으로 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직조하는 토속적 조선 정조. 신동문(1928-1993) 충북 청주 출생. 「내 勞動으로」는 어리석고 소심한 지식인의 고뇌와 자괴. 56년 문단에 나와 60년대 초까지 시를 썼고, 70년대초 충북 단양에 농장을 마련, 농사를 짓는 한편 침술로 가난한 농민들을 치료.

유치환(1908-1967) 경남 통영 출생. 인생파․생명파. 「깃발」은 남성적으로 굵고 탁한 시편으로 인간 존재의 실상. 사회현실에 시로서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발언. 박목월(1916-1978) 경북 경주 출생. 「윤사월閏四月」. 「난 蘭」은 이상적인 삶을 추구한, 기법상 완벽한 시의 전범. 언어를 절제하고 이미지를 단순화하여 미적 긴장을 극대화.

김수영(1921-1968) 서울 출생. 「풀」. 4․19혁명을 전후하여 선명한 발언을 가지기 시작. 압축과 언어의 절제미를 통한 긴장미를 획득. 「폭포」는 전통과 인습을 거부하고 낡은 기성의 틀을 깨기 위해 앞장서서 싸우는 치열한 정신. 천상병(1930-1993) 일본 효고현 출생.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하고 티없는 시심. 「귀천歸天」. 동백림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한 후 몸이 극도로 쇠약. 「그날은―새」는 고통스런 기억을 문학사에 새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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